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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단축하랬더니 개악 시도

노건투 2017.12.06 16:00 조회 수 : 79

노동시간 단축하랬더니 개악 시도 

 

이용덕

 

 

 

2면 근기법 개악.jpg

 

 

현재 근로기준법은 노동시간을 주 40시간으로 정하고 연장노동을 1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노동부가 ‘1주일은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한 5일’이라는 말도 안 되는 행정해석을 하는 바람에 자본가들은 노동자에게 최대 68시간(주 40시간+연장노동 12시간+주말휴일노동 16시간)을 강요했다. 또한 자본가들은 통신, 의료, 광고, 운수 등 26개 업종을 노동시간 특례업종으로 지정한 조항을 이용해 장시간 노동을 강요했다.

 

그런데 11월 23일 국회 환노위 여야 간사단은 주 68시간을 52시간으로 기업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합의했다. 공공기관과 300인 이상 기업은 내년 7월 1일부터,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은 2020년 1월 1일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기업은 2021년 7월 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한다.

 

휴일근로 임금을 하루 8시간까지는 현행처럼 50%만 가산해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하겠다고 한다. 수당 중복할증은 8시간 이상 또는 이하에 관계없이 전체에 적용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또한 노동시간 특례제도를 폐지하지 않고 10개 업종으로 축소하겠다고 한다. 11월 28일 국회 환노위에선 더민주당 일부와 정의당 이정미 의원의 반대로 통과되지는 않았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중복할증 : 주중 40시간 이상 근무한 노동자가 휴일에 일하면 기본수당(통상임금의 100%)에 휴일근로수당(50%)과 연장근로수당(50%)을 더해 200%를 지급하는 것. 지금은 ‘연장근로에 휴일근로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고용노동부 해석에 따라 휴일근로수당만 추가해 150%를 지급하면 된다. 다만 휴일에 8시간 넘게 일하면 휴일, 연장근로수당을 모두 받을 수 있다.


 

쟁점을 협소하게 만드는 자본가언론

 

많은 언론은 노동시간 단축의 핵심 쟁점이 50% 할증 문제라고 얘기한다. 이런 접근은 노동시간 단축의 진정한 의의를 가리고 쟁점을 협소하게 만든다. 물론 이 문제도 결코 가벼운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이 문제가 노동시간 단축의 가장 중요한 쟁점은 아니다.

 

주 40시간(월 소정근로시간 209시간) 기준에서 보면 토요일은 쉬긴 하지만, 근로기준법상 휴일이 아니어서 애초부터 휴일수당 지급대상에서 제외된다. 무엇보다 50% 할증을 하더라도 자본가들은 또 다른 방법으로 임금삭감을 시도할 것이다. 가령 노동강도를 강화해 노동시간 단축 효과를 무력화할 것이다. 인원감축도 시도할 수 있다.

 

이러한 공격에 맞서려면 노동자들이 자신을 집단으로 조직해야 한다. 즉 노동자계급 스스로의 투쟁과 단결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와 관련해 지금 노동시간 단축에서 가장 뼈아픈 지점은 노동자운동이 스스로의 힘으로 노동시간 단축투쟁을 주도하지 못하고 정부와 지배자들의 허울뿐인 쇼에 끌려 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지배자들의 주도권을 용인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노동시간 단축은 즉각 자본가들의 반격에 부딪히게 된다. 노동시간 단축의 효과는 쉽게 사라진다. 가장 중요한 노동자 스스로의 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자본가들의 수천 가지 반격에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계적 적용을 허용하면 수많은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은 사실상 방치된다. 이러한 계급적 단결의 실패 역시 진정한 노동시간 단축의 커다란 장애물이다.

노동시간 특례제도에 해당하는 26개 업종에서 수많은 노동자가 무지막지한 장시간 노동을 강요받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미조직노동자들이다. 그래서 이 제도의 폐지를 위한 투쟁은 가장 열악한 처지에 있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과 직결돼 있고, 계급적 단결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런데 많은 언론은 이 문제의 중요성을 빠뜨리고 있다.

 

 

더 격렬해지고 있는 자본가들의 반발

 

장시간 노동에 따른 사회적 문제가 워낙 많이 쌓여 왔기 때문에, 정부와 자본가들도 노동시간 단축을 무조건 반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자본가들은 무조건 반대 대신 단계적 적용, 임금삭감을 들이민다. 더민주당 환노위 위원장 홍영표가 기업 부담 때문에 중복할증을 폐지해야 한다면서 총대를 멨다.

 

근로기준법 개악안이 12월에 국회에서 통과되든, 통과되지 않고 정부가 행정해석을 폐기하든 자본가들의 공격 양상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미 저들은 예상하고 준비해왔기 때문이다.

 

자본가들은 가증스럽게도 중소기업 노동자를 걱정하는 척까지 한다. 김영완 경총노동정책본부장은 지난달 17일 “중소기업은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을 겪을 것이고 일부 근로자는 소득이 급격히 감소하는 등 갈등과 혼란이 클” 거라고 지적했다. 저들은 대공장 정규직은 임금 수준이 비교적 높고, 노동조합이 있어 급격한 임금하락이 없겠지만, 노조가 없는 중소사업장 노동자들은 노동시간이 줄어 임금하락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얘기한다.

 

그뿐인가. 자본가들은 “이윤이 많이 남지않는다면 투자할 이유가 없다”면서 생산 확대를 포기하겠다고 협박한다. 임금이 싸고 노동시간이 긴 다른 나라로 자본을 옮기겠다고 선언한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임금부담이 더 커지면 채용공고를 내고도 충원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거라고 얘기한다.

 

이것은 엄포만이 아니다.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다. 결국 일자리는 거의 늘지 않은 채, 투자 위축과 자본 해외이전으로 실업 문제만 악화된다. 자본가들이 지배하는 현 체제를 문제 삼지 않은 채 전개하는 노동시간 단축투쟁은 필연적으로 악순환의 고리에 걸려들게 된다. 진실로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노동강도를 개선하며 실업을 없애려 한다면 우리는 단지 법을 뜯어고치는 데 만족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자본가들이 더 이상 노동자들에게 대들지 못하도록 강력한 조직력과 투쟁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나아가 그들을 권력의 지위에서 끌어내려야 한다. 모든 생산수단을 노동자계급의 수중에 장악하고 계획적으로 통제해 더 이상 한줌밖에 안 되는 착취자들이 생산을 주무르지 못하는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전진해야 한다. 그것은 노동시간 단축투쟁을 목적으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해방이라는 더욱 커다란 운동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훌륭한 수단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싸우지도 않고 후퇴해야 하는가?

 

물론 아직 노동자계급 운동은 자본가계급에게 근본적으로 도전할 만큼 충분히 준비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와 자본가들의 요구에 순응할 수는 없다. 노동시간 단축은 수백만 노동자가 직면한 절체절명의 과제다. 11월 30일부터 파업에 들어간 서울지하철 9호선의 한 기관사는 나흘 동안 1시간만 자고 일해 근무를 마치고 기절했다고 얘기했다. 올해만 16명의 집배원이 과로사와 자살로 목숨을 잃었다.

 

노동자들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서만 육체적, 정신적 퇴화를 막아내면서 자신을 집단으로 조직하고 노동자의식을 습득할 수 있다. 그리고 경제위기의 시대에 “임금삭감 없고 노동강도 강화 없는 노동시간 단축”은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물론 자본가들은 자기 장부를 가리키며 임금삭감 없고 노동강도 강화 없는 노동시간 단축은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실현가능성은 고정불변이 아니다. 힘의 문제일 뿐이다. 그동안 노동자의 피땀으로 쌓은 자본가의 부를 토해내게 한다면 재원은 쉽게 확보할 수 있다. 지난해 3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만 해도 807조원이다.

 

임금삭감 없이, 노동강도 강화 없이 전체노동자가 노동시간 단축의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무늬만의 노동시간 단축이 되지 않도록 투쟁의 힘을 갖고 있는 민주노조들이 적극 나서자.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저지선을 구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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