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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세대의 육성에 인류의 미래가 달려 있다

부끄럽지 않은 선배 노동자세대가 되자- 이민호를 애도하며

 

 

 

3면 현장실습생_오마이뉴스.jpg

사진_오마이뉴스

 

 

 

“살려 줘, 너무 더워”

 

제주 용암수를 만드는 생수회사 제이크리에이션에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을 나갔던 고3 이민호 군이 11월 9일 오후 제품 적재기 벨트에 목이 끼어 중태에 빠졌다가 열흘 만인 19일 새벽 결국 목숨을 잃었다.

 

이 군은 지난 7월 현장실습을 나갔고, 현장실습표준협약서를 작성했다. 규정대로라면 실습생의 노동시간은 7시간이고 본인 동의하에 1시간만 연장할 수 있다. 주35~40시간 외에 야간노동과 휴일실습은 금지된다. 하지만 이 군은 거의 매일 11~12시간 일했다. 하루 최장 14시간까지 일했고, 물량을 못 채우면 밤 10시까지 일했다. 휴일에 9.5시간 일한 기록도 있다.

 

지난 8월, 이 군은 작업장 온도가 40도를 넘어섰는데 12시간을 앉지도 못하고 일하고 있다며 친구들에게 “살려줘, 너무 더워” 라고 호소했다. 이민호 군에게 현장은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회사는 이민호 군이 정지 스위치를 누르지 않고 적재기를 고치러 갔다며 사고의 책임을 이 군에게 떠넘겼다. 당시 사고현장에는 도와 줄 사람조차 없어 이민호 군은 4~5분여를 목이 눌린 채 버텨야 했는데도 말이다. 회사는 사고가 난 다음에도 다른 실습생들에게 야근을 시켰다. 회사는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고 합의금 8,000만 원만 제시했다.

 

 

반복되는 죽음

 

올해 1월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고3 홍수연 양은 “아빠, 나 오늘도 콜 수 못 채웠어”라는 문자를 남기고 자살했다. 2005년 엘리베이터 정비업체에서 안전장비 없이 일하던 현장실습생이 추락 사망한 사건, 2011년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현장실습 중이던 특성화고 재학생이 뇌출혈로 쓰러진 사건, 2012년 울산신항만 공사 석정건설 현장에서 작업선 전복사고로 고등학교 재학 중인 현장실습생이 실종 후 사망한 사건, CJ제일제당 충북 진천공장에서 일하던 마이스터고 현장실습생이 사내 괴롭힘과 폭행에 시달리다 자살한 사건, 2014년 울산 현대자동차 협력업체에서 야근하던 현장실습생이 공장지붕에 깔려 사망한 사건 등 수많은 학생이 죽거나 다쳤다.

 

그 때마다 취업형 파견 현장실습을 폐지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번 이민호 군의 죽음을 계기로 그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11월 20일부터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 중심으로 서울 광화문에서 추모촛불 집회가 열리기 시작했고, 제주에서도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민호 군의 모교인 서귀포산업과학고 학생 107명은 실명으로 선언문을 발표하고 “이번 사고는 우연이 아니다. 실습생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고, 언제든 나의 일이 될 수도 있다”며 정부의 대책마련과 진상규명, 업체의 공식사과를 요구했다.

 

 

학습중심(?) 현장실습

 

정부는 들끓는 여론 때문에 내년부터 ‘조기취업 현장실습’을 폐지하고 ‘학습중심 현장실습’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현행 3학년 2학기 6개월 동안 진행되는 현장실습을 내년부턴 최대 3개월로 줄이겠다고 한다. 기업이 전담지도자를 지정하도록 해 학생들의 실습을 관리하겠다고 한다. 상담센터도 마련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대책으로 실습을 이용한 악랄한 착취가 사라지겠는가? 조기취업 형태의 현장실습 폐지계획은 2003년 ‘고등학교현장실습 운영 개선방안’ 때부터 나온 이야기다. 그러나 진학률, 취업률에 목매는 교육부와 학교의 태도는 그대로다. 직업계 고등학생들은 이 현실을 모르는 게 아니다.

 

사장들이 취업을 미끼로 악랄하게 착취한다는 사실도 잘 안다. 그렇지만 아무런 권리가 없기 때문에, 참고 다녀야 취업 기회를 붙잡을 수 있기 때문에, 쥐꼬리만 한 실습비라도 받아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기 때문에 비참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다.

 

 

민주노조운동의 뼈저린 반성 필요

 

실습생을 비롯한 어린 노동자들도 자기 권리와 힘을 가져야만 실습을 빙자한 악랄한 착취에 맞서 투쟁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정부는 노조법 2조 개정 등 특수고용,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3권 보장과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적용을 외면하는 정부 아닌가?

 

민주노조가 무권리 상태에 있는 어린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함께 싸울 때 실습생들도 불만과 분노를 적극 표출할 수 있을 것이다. ‘실습생의 장시간 노동과 야간노동을 금지하라’, ‘실습생에게 신입사원과 동등한 임금과 복지혜택을 제공하라’, ‘실습생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라’ 등을 민주노조가 요구해야 한다. 그런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실습생들이 제일 힘들고 위험한 공정에 배치되는 것을 묵인하고, 악 랄한 착취구조에 침묵하는 분위기가 널리 퍼져 있다. 이것을 보고 자라나는 노동자세대가 무엇을 배울 수 있겠는가? 그런데 후배 노동자세대가 선배 노동자세대에게 배울 게 없다는 것은 얼마나 비극적인 일인가? 노동자세대의 육성에 자기 계급의 미래, 따라서 인류의 미래가 전적으로 달려 있는데, 우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처참히 실패하고 있다.

 

“너무도 많은 경우에 노동자는 자신의 아이들의 진정한 이해관계나 인간의 발전을 위한 정상적인 조건을 이해하기에는 너무도 무지하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에서 좀 더 계몽된 부분은 자라나는 노동자세대의 육성에 자기 계급의 미래, 따라서 인류의 미래가 전적으로 달려 있다는 것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마르크스, “임시중앙평의회 대의원들을 위한 개별문제들에 대한 지시들”)

 

 

진정한 교육과 노동의 결합을 위해

 

지금의 현장실습제도가 커다란 한계를 갖고 있지만 노동과 교육의 결합은 분업 때문에 발생하는 소외의 극복과 인간의 전면적 발달을 위한 기본조건이다. 그리고 노동자계급의 힘을 키울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다. 마르크스는 이 점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일정 연령 이상의 모든 아동을 위해서 생산노동과 수업, 체육을 결합시키는 공장제도에서 미래의 교육의 씨앗이 발아되는 것이다. 이것은 사회적 생산의 증대를 위한 하나의 방법일 뿐 아니라 전인적 인간을 창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자본론>)

 

“유급의 생산적 노동, 정신교육, 육체단련, 기술훈련 등을 결합하는 것은 노동자계급으로 하여금 상류 및 중류계급의 수준을 훨씬 능가하도록 할 것이다.”(“임시중앙평의회 대의원들을 위한 개별문제들에 대한 지시들”)

 

물론 교육과 노동의 결합이 이런 의의를 가질 수 있으려면 지배계급의 관점을 주입하는 교육 및 부르주아 입시제도와 맞서야 하며 교육적 의의가 전혀 없는 현재의 실습제도 역시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 무상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아동과 연소자의 권리를 옹호해야 한다. 그들을 위해 행동하는것이 사회의 의무가 돼야 한다.

 

동시에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노동을 불쌍한 사람들이나 하는 가치 없는 것으로 여기는 중간계급이나 상류계층 인도주의자들의 입장과 노동자계급의 입장은 완전히 달라야 한다.

 

“어려서부터 노동을 경험하고 노동의 신성함을 반드시 배워야 한다. 그것이 교육의 중요한 역할이다. 다만 이 노동은 자본가들의 착취에 신음하는 노예노동이어서는 안된다. 최상의 교육과 노동이 하나로 어우러지고, 노동의 기쁨과 보람을 어려서부터 느끼며, 아이들의 성장단계에 걸맞은 적절한 강도와 시간이 치밀하게 고려되는 그러한 노동이어야 한다. 오직 사회주의만이 그러한 노동을 가능케 할 수 있다. 그런데 사회주의는 자라나는 노동자세대에 대한 책임감을 갖는 노동자들에 의해서만 쟁취되고 실현될 수 있다!”

 

이용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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