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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스스로 싸워야만 ‘진짜’를 쟁취할 수 있다

 

이용덕

 

 

 

4면 총론_노동과세계.jpg

사진_노동과세계

 

 

 

포장지는 바뀌었지만 내용물은 그대로

 

11월 12일 열린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에서 5만여 명의 노동자가 모든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와 노동기본권 보장을 외쳤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도 이제 6개월, 노동자의 현실은 포장지는 바뀌었지만 내용물은 거의 그대로인 상황과 비슷하다.

 

문재인은 대선후보 시절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를 약속했지만 지금은 대법 판결을 지켜보겠다며 시간만 끌고 있다. 또한 문재인은 공무원노조 해직자 원직복직, 설립신고 이행, 정치기본권 보장, 성과급제 폐지를 약속했지만 이행한 것은 없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은 20년째 노동기본권 보장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노동부는 택배노조 노조 설립은 허가했지만 대리운전노동자들의 노조설립 변경신고를 반려했다. 여전히 250만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노동 3권도 없는 무권리 상태에서 신음하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는 빚 좋은 개살구라는 사실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얼마 전 기만적인 정규직화 추진에 반발하며 노사전협의회(노, 사, 전문가로 이뤄진 협의회)를 탈퇴했다가 다시 복귀했다. 그런데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지난 15일 노사전협의회에서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은 직접고용 대상 인원으로 552명(1안), 854명(2안), 1천106명(3안) 등 3개 안을 제시했다. 어떤 안이든 1만 명 중 기껏해야 10% 정도만 직접고용하겠다는 것이다.

 

민간부문 상황은 더 안 좋다. 한국지엠은 비정규직노동자 100여 명을 우선해고하려하고 있고 노동부가 불법파견 판정을 내린 아사히글라스, 파리바게트는 5,300여명 직접고용 지시를 거부했다. 파리바게트는 시정지시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다른 한편으로 파리바게트와 가맹점주, 협력사가 3분의 1씩 출자하는 합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제빵사들의 동의를 전제로 내걸긴 했지만 합자회사 방안을 인정하고 있다. 언론은 일부 제빵사가 고용불안과 업무 가중을 이유로 본사 직고용을 반대하고 있다는 소식을 적극 알리며 사측을 지원하고 있다. 이렇게 파리바게트 노동자들의 직접 고용은 멀어지고 있다.

 

 

가난하고 열악한 처지의 노동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는 공격

 

자본가들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정기상여금, 식비, 복리후생비 등을 넣자고 주장하고 있다. 중소영세비정규직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누리기는커녕 해고의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파트 경비나 청소업, 콜센터 등이 속하는 사업시설관리 및 서비스업에서 지난달 취업자 2만7,000명이 감소했고, 숙박 및 음식점업에서 2만2,000명이 줄어든 것이 대표적 사례다.

 

민주노총과 서울지역아파트경비노동자 고용안정·처우개선 추진위원회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18만 경비노동자 중 1만715명이 감원대상으로 선정돼 곧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공공기관 신규채용 규모는 1만415명으로 전년 동기(1만4,800명) 대비 5.3% 감소한것으로 집계됐다. 공공기관들이 허울뿐인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이용해서 신규채용 규모를 줄이고 노동자 분열을 유도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최저임금의 획기적 인상, 온전한 정규직화를 비롯한 투쟁을 넘어 모든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 쟁취,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대대적인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싸우지 않는다면 열악한 처지의 노동자들과 수많은 청년 실업자의 삶은 더 추락할 수밖에 없다. 물론 아직 그런 투쟁을 조직할 만한 힘은 희미하게 보이는 게 사실이다.

 

노동자들은 기만적인 정규직화나 처우개선에 만족해서가 아니라 투쟁의 대안이 없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개량을 과감히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한번 대중투쟁의 계기가 열리면, 한두 군데서라도 실질적인 단결의 흐름이 성장하면 노동자들은 다른 선택을 고민하기 시작할 것이다. 노무현 정부 초반 때도 철도 파업과 화물연대의 등장을 계기로 수많은 노동자가 노무현 정부를 쳐다보는 게 아니라 스스로 투쟁에 나섰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기회다. 그 어느 때보다 조직된 노조운동의 준비가 필요하다. 조합주의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출발해 미조직 조직화, 열악한 처지의 노동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연대, 단사와 지역, 정규직 비정규직을 뛰어넘는 연대를 비롯한 계급적 단결을 만들어갈 때 대중투쟁의 계기를 붙잡을 수 있다.

 

 

조금씩 다시 일어서는 노동자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떡 부스러기만 던지며 노동자들을 현혹시켜 왔다. 그런데 그 떡 부스러기에도 온갖 독약이 묻어 있었다. 정부는 정규직화에 필요한 재원 마련은 제대로 얘기하지 않으면서 정규직노동자들의 불안감을 키웠고, 노동자들의 분열을 노렸다. 전교조가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를 반대했고 서울교통공사 내에서도 무기계약직의 차별 없는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흐름이 생기는 등 민주노조운동은 저들의 노림수에 크게 흔들렸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정부와 자본가들의 책임은 사라지는 대신 정규직노조에 모든 비난의 화살이 꽂히고 있다. 가짜 정규직화가 판치고 있을 뿐, 노동자들의 열악한 삶은 바뀐 게 없다. 노동자 스스로의 단결투쟁 말고는 그 무엇도 노동자들에게 더 나은 삶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진실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11일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노동자 두 명이 민주노조 사수를 외치며 목동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또한 같은 날 건설기계노동자 두 명이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 쟁취”, “건설근로자법 개정안 통과”를 요구하며 여의도 광고탑에 올라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건설노조는 28일 파업을 확정했다. 전교조는 조합원 총투표 76.9%의 찬성으로 성과급-교원평가 폐지, 법외노조 철회-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해 총력투쟁을 결의했다.

 

포항 지진과 수능 연기로 11월 24일 연가투쟁을 미루기는 했지만 투쟁해야 하는 상황이 바뀐 것은 전혀 아니다. 이런 투쟁을 키워가고 하나로 모아야만, 무엇보다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 대담하게 싸워야만 노동기본권이든 정규직화든 ‘진짜’를 쟁취할 수 있지 않겠는가?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덫을 뛰어넘어야

 

물론 문재인 정부는 이렇게 일어서는 노동자들을 그냥 놔두지는 않는다. 교육부는 “전교조가 연가투쟁으로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할 경우 법대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환경노동위 위원장인 더민주당 홍영표는 노동시간 단축 시 휴일·연장근로 중복할증에 반대한다고 했고, 한국지엠의 경우 사측이 고의로 적자를 내왔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는데도 “회사의 생존을 위해 노조가 희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동자들의 요구와 투쟁을 꺾기 위해 사전 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또 다른 카드는 민주노총을 노사정위원회를 비롯한 소위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해 더 강하게 포섭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를 통과시켰던 98년 노사정위에서 볼 수 있듯 노사정위는 사회적 대화라는 이름 아래 자본가계급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한 덫이다.

 

이 덫에 갇히지 말고, 노동자계급 스스로의 투쟁을 만들어가야만 노동자들은 기만당하지 않고 자신의 권리를 쟁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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