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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한 정부가 제국주의 전쟁광을 만나다 - 트럼프 방한

 

 

 

6면 미중 갈등_민중의소리.jpg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 등장한 차벽. 트럼프 방한 경호를 위해 ‘갑호비상’을 발령했다. (사진_민중의소리)

 

 

 


트럼프가 한국에 찾아왔다. 정상회담을 비롯해, 24년 만에 미국 대통령의 국회연설 일정까지 잡혔다. 한미 정상회담 핵심 의제는 북한 핵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일 공조를 강조하며 대중 압박 견제에 한국 정부 동참을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도 기민하게 대응한다. 중국은 최근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한 양국 간 협의’를 통해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 방어망에 참여하지 않고,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지 않는다’는 한국 정부의 ‘3노 약속’을 끌어냈다. 과연 이것으로 미래의 전쟁을 막을 수 있을까?


 

 

제국주의의 공통 이익과 갈등 사이에서

 

약소국의 핵무장은 제국주의 강대국들이 약소국 지배자들을 다루는 데서 큰 장애물이다. 재래식 무기에 기반한 전쟁은 어느 정도의 ‘출혈’만 감수하면 될 정도로 힘의 비대칭성이 뚜렷하지만, 핵으로 무장한 약소국과의 전쟁은 ‘출혈’의 규모가 엄청나게 커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핵기술과 비행기술의 발달에 따라, 웬만한 약소국도 마음만 먹는다면 손쉽게 핵미사일을 손에 쥘 수 있게 되었다. 제국주의의 경제적 패권전략을 뒷받침하는 것이 군사적 패권인데, 핵무기는 이것을 위협한다. 이로부터 강력한 재래식 무기와 함께 엄청난 핵무기로 무장하고 있는 제국주의 국가의 지배자들 사이에서 공통의 요구가 자라난다.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엄청난 핵무기”는 제국주의 국가들 사이의 전쟁에 대한 상호억지력으로 정당화된다. 반면 제국주의 패권을 위협하는 “약소국의 핵무장”은 세계 평화라는 이름으로 기필코 금지해야 한다! 여기서는 모든 제국주의 지배자들의 완전한 의견일치가 존재한다. 그런데 왜 중국과 미국은 북한 핵무장에 대한 대응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가?

 

 

제국주의 국가 사이의 이해 대립

 

약소국을 종속시키고 수탈하는 데서는 완전히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강도들이지만, 강도질한 것들을 ‘누가’가져갈 것인가, 즉 약소국에 대한 ‘패권을 누가 행사’할 것인가를 둘러싸고는 피 터지는 대립이 존재한다. 그것도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맹주를 둘러싸고 경쟁하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중심 패권국 사이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세계 패권을 두고 미국 제국주의와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는 중국 제국주의 지배자들의 야심은 거대하다. 새로운 중국 지도이념으로 자리 잡은 ‘시진핑 사상’에서 시진핑은 새로운 국제 관계를 “미국과 중국의 신형대국관계”라고 말했다. 또한 시진핑은 중국 공산당 19차 당대회 개막식에서 “중화민족의 대부흥”을 부르짖으면서 서구(미국)에 비해 중국 체제가 수십 년 이후에는 경제적으로 더욱 우월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야심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런 야심은 군사적 영역에서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오바마 정부 이후 본격화되고 있는, 미국 군사력의 아시아 집중에 대해 시진핑도 정면 대응하고 있다. 가령 올해 중국 전략폭격기들은 미국의 군사시설이 밀집한 미국령 괌에 대한 공습훈련에 나섰다.

 

이에 맞선 미국의 대응 전략도 날로 강화되고 있다. 최근 한반도에 배치한 사드가 북한이 아니라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은 이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북한 핵무장과 한반도 정세

 

남북한 재래식 무기 전력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데다, 핵무기가 없었던 이라크 후세인 정권이 2003년 미군 침공으로 붕괴되는 것을 보면서 북한 지배자들은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경제적으로 가장 낙후된 국가 중 하나인 북한에서 핵무장이 이뤄진다면, 그리고 이것을 제국주의 국가들이 막을 수 없다는 점이 드러난다면, 모든 약소국 지배자들이 너도나도 핵무장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제국주의 큰 강도들에 맞서 약소국의 작은 강도들이 자신의 이익을 지킬 수 있는 결정적 무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은 강도들의 반항에 대해 큰 강도들은 이제껏 단결해 효과적으로 대응해왔다. 대량살상 화학무기를 개발하던 후세인 정부를 무너뜨렸고, 북한과 함께 핵무장에 나섰던 이란 지배자들을 굴복시켰다. 하지만 북한의 작은 강도들을 제압하는 것은 그리 만만치 않다. 북한 민중만이 아니라 남한 민중까지 볼모로 삼으면서 저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중국과 미국이라는 가장 큰 강도들 사이의 대립을 북한 지배자들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과 중국 지배자들 사이의 대립에서 결정적인 지점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포위 전략의 성공 여부다. 미국은 한미일 삼각 동맹을 강화하고,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미국의 영향력 하에 포섭하며, 러시아를 파트너로 규합해 중국을 사방에서 포위하는 것을 세계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반면 중국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고, 북한을 한미일 동맹에 맞선 완충기지로 유지하며, 나아가 경제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한국 정부를 중립화해 한미일 동맹에 파열구를 내서 미국의 전략을 파탄 내는 것이 우선적인 전략 목표다. 중국이 북한의 핵무장에는 반대하지만, 북한 정부의 붕괴에도 결코 찬성하지 않는 이유다. 이 딜레마를 파고들어, 북한 지배자들은 중국 지배자들에게 묻고 있다. “우리가 핵무장을 포기하지 않으면, 중국은 어느 편에 설 것인가? 미국의 지배에 북한을 넘겨줄 것인가, 아니면 핵으로 무장한 북한 정부를 용인할 것인가?”

 

 

위험천만한 미래

 

자신의 지배 체제를 보호하기 위한 북한 지배자들의 도박은 미국에게 중국 압박의 거대한 기회를 만들어준다. 미국 지배자들은 중국 지배자들에게 묻는다. “북한의 핵무장을 그냥 방치할 것인가”만약 중국 정부가 그냥 방치한다면, 이것은 제국주의 국가들 사이에서 중국을 고립시킬 기회가 된다. 모든 제국주의 국가의 공통 이익을 중국이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것은 중국에 대한 대규모 무역보복 등 중국의 경제적 확장을 저지하는 명분도 된다. 나아가 한국 정부를 압박해,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 강화의 기회도 얻는다. 반대로 중국 정부가 압박에 굴복해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 혹은 완전한 경제 봉쇄에 찬성한다면, 이는 미국이 북한에 친미 정권을 수립해 중국을 턱 밑에서 포위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을 뜻한다.

 

아직 중국 정부의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는데, 이는 당분간 전쟁은 일어날 가능성이 없음을 알려 준다. 그렇다면 한반도에서 전쟁은 어느 시점에서 현실적 가능성을 갖게 될 것인가? 두 가지 상황에서 현실의 일정에 오를 것이다. 하나는 중국과 미국 사이의 패권 다툼이 극에 달해, 한반도가 그 패권을 겨루는 장소가 되는 상황이다. 이 경우 중국 정부의 동의 없이도, 미국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행동에 나설 것인데,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중국이 개입하게 되면 이것은 거대한 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현재 미국과 중국 사이의 패권 다툼이 거대한 전쟁으로 이어질 만큼 상황이 완전히 무르익지는 않았다. 여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전쟁이 발발할 수 있는 다른 하나의 경우는 중국과 미국 지배자들 사이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행동의 합의가 이뤄지는 경우다. 북한의 현 정부를 무너뜨리는 대신, 노골적인 친미 정권 수립은 포기하는 것이 미국과 중국 사이의 거래 조건이 될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거래가 아주 빠르게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무장 시점이 코앞에 다가오고 있고, 북한 지배자들은 그 속도를 최대한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미국 사이의 거래 성립 이전에 핵무장을 완료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북한 지배자들의 계산법은 맞지 않다.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의 모든 제국주의 지배자들은 그것을 허용할 생각이 없다. 북한 핵무장이 완전히 이뤄지기 전에 제국주의 지배자들은 상황을 완료하고자 할 것이다. 바로 단결한 제국주의 국가들이 북한에 대해 벌이는 잔인한 전쟁인데, 이에 반발해 북한 지배자들이 이판사판으로 핵과 미사일을 한국, 일본, 미국령 괌을 향해 날리면 남한과 일본까지 전쟁의 재앙으로 끌어들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남한 지배자들과 중국 제국주의 모두가 피하고자 하는 위험한 미래다.

 

결국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북한 정부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완전한 경제 봉쇄에 중국 정부가 동의하는 것이다. 트럼프와 문재인의 이번 정상 회담은 그것을 끌어내기 위한 공동 대처를 핵심으로 할 것이다. 게다가 북한의 핵무장 속도로 볼 때, 중국까지 동의하는 완전한 경제 봉쇄 시나리오는 조만간 현실의 일정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것으로 전쟁의 위협이 한반도에서 사라질까?

 

 

해결책은 없는가?

 

한반도가 전쟁의 피바다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 문재인 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면서, 중국이 참여하는 완전한 경제 봉쇄를 통해 북한 정부가 핵무장을 포기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리비아 카다피 정권과 이라크 후세인 정권의 전례에서 핵무장을 포기한 약소국 지배자들의 가망 없는 운명을 경험한 북한 지배자들이 핵무장을 포기하고 미국과의 거래에 나설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오히려 제국주의 지배자들의 완전한 경제 봉쇄에 따라 북한 정부 붕괴가 눈앞에 다가오면 올수록, 경제 봉쇄를 풀고 정권의 안위를 보장하는 확실한 카드를 받겠다는 생각으로, 핵무장을 가장 빠른 속도로 완성하려는 유혹에 북한 지배자들이 빨려들 가능성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협은 더욱 고조될 것이다. 그 시점에 이른다면, 전쟁이냐 타협이냐는 결국 중국과 미국 제국주의 사이의 패권 대립의 강도에 따라 결정될 것인데, 이 패권 대립의 강도는 최종적으로 세계 자본주의 위기의 강도에 좌우될 것이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중재와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 혹은 가장 강력한 한미일 동맹도 한반도를 휘감는 전쟁 위기 앞에서 완전히 무력하다. 문재인 정부는 제국주의 패권 전략에 결코 브레이크를 걸 수 없다. 다른 한편으로 북한 정부는 정권유지라는 단 하나의 목적 아래, 한반도를 전쟁의 위협 속으로 내모는 것을 겁내지 않을 것이다. 그들 모두는 전쟁을 불러오는 당사자들이거나 최소한 완전히 무기력한 존재다.

 

전쟁을 막는 해법은 제국주의 패권 전략에 맞서 전 세계를 하나로 단결시킬 세력만이 제시할 수 있다. 바로 세계 노동자계급이다. 이들은 전쟁으로부터 아무것도 얻을 게 없다. 오히려 그들은 자본주의 지배자들, 즉 크고 작은 강도들에 의해, 무의미한 반동적 전쟁에 목숨을 내놓도록 강요받을 따름이다. 노동자계급은 이런 무의미한 전쟁에 단 한 방울의 피도 흘릴 수 없다. 한미 정상회담이 아니라, 바로 노동자계급의 세계적 단결에 헌신하는 것, 바로 거기에 한반도 평화가 달려 있다.

 

최영익 노동자운동 연구공동체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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