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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의 ‘사회적 대화’란 노동자 노린 사회적 덫

 

박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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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만찬 바로 다음날(25일), 더민주당의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자본가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에 가서 자본가들의 걱정을 해소해주었다.
 

 

 

문재인 정부는 10월 24일 노동계를 초청해 청와대 만찬을 열었다. 이날 문재인은 “노동계와 정부 사이에 국정의 파트너 관계를 복원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그리고 30일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을 다시 언급했다.

 

노정 파트너 관계 복원, 사회적 대화란 무엇인가? 그대로든 약간 손질해서든 노사정위를 재가동하겠다는 것이다. 무엇을 위해? 문재인은 “비정상적 적폐를 청산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했다. ‘비정상적 적폐 청산’과‘나라다운 나라’가 도대체 뭔가? 매우 추상적이고 모호하다. 저들은 실제로 무엇을 원하는가?

 

 

화려한 만찬장 뒤에서 벌어지는 일들

 

청와대 만찬 바로 다음날(25일), 더민주당의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자본가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에 가서 노동시간 단축 시 휴일·연장근로 중복할증에 반대한다고 했다. 주당 근로시간이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면 토요일과 일요일 근무는 휴일근로이자 연장근로이기에 기업은 통상임금의 200%를 지급해야 한다(통상임금 100%+연장근로수당 50%+휴일근로수당 50%). 그런데 중복할증이 부담스럽다고 자본가들이 반발하자, 홍영표는 31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중복할증을 양보할 수 있다”고 했고 “여당 내에서도 어느 정도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자본가들의 돈 보따리를 고려해 노동자들의 임금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또 다른 쟁점인 근로시간 단축 시행 유예기간 문제 역시 충분한 논의를 통해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것은 “근로시간이 즉시 단축되면 산업 현장의 혼란이 상당할 것”이라는 자본가들의 우려를 고려해 대규모 사업장에 먼저 적용하고 작은 규모의 사업장은 점진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상여금과 식대 등이 현재 최저임금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문제는 최저임금위원회에 우려를 전달한 바 있다”, “이미 여야 의원들이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입장을 많이 내놓고 있다”고 했다. 벌써부터 자본가들이 자기 사업체에서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넓혀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려 하고 있는데, 여야 정치인들은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려는 것이다.

 

어용노총 관료들이 청와대 만찬에서 ‘평창의 고요한 아침’ 차를 즐기는 동안, 집권 정당의 노동정책 핵심 담당자는 노동자들을 어떻게 공격할지 집중적으로 검토하며 칼을 갈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고요한 아침’ 차는 곧 벌어질 살벌한 대낮의 공격을 감추기 위한 가림막이었을 뿐이다.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

 

홍영표는 10월 31일 인터뷰에서 “(한국GM이) 철수까지 가진 않겠지만 구조개혁 과정에서 노조도 회사의 생존을 위해 희생하고 협조하는 노력을 함께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GM이 지금 창원과 부평공장에서 비정규직 대량해고를 밀어붙이고 있고, 사무직과 생산직 정규직의 생존까지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데, ‘노조의 희생’을 요구한 것이다. 이 사례가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듯, 더민주당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동자를 희생시켜 자본가를 살리려 하고 있다. 비단 한국의 자본가들만이 아니라 다국적 거대 자본가들까지 말이다.

 

문재인이 말한 ‘비정상적 적폐 청산’의 핵심에는 민주노조운동이 지난 30여 년간 단결투쟁을 통해 지켜온 권리의 청산이 있으며, ‘나라다운 나라 건설’이란 노동자들의 희생 위에 자본가들의 경제가 잘 굴러가는 ‘정상적인 자본주의 나라 건설’을 뜻한다는 점이 앞으로 시시각각 명명백백하게 드러날 것이다.

 

문재인은 청와대 만찬에서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온전한 정규직화 제로 정책일 뿐이라는 점이 확실하게 드러나고 있다(관련 기사 4면).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이번에 택배기사노조만 인정하고 대리운전노조의 조직변경 신고서는 반려해 20만 대리운전 노동자를 우롱했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이란 이처럼 매우 기만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 노동존중이란 껍데기 문구와 아주 보잘것없는 개량을 내세워 조직노동자들을 공격하고, 더 나아가 전체 노동자의 처지를 하락시키기 위한 전투 준비를 하고 있다.

 

 

노동 존중 사회는 노동자 스스로 쟁취해야

 

노동자계급의 이익과 자본가계급의 이익은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에, 노동자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려면 노동자가 하나의 계급으로 단결해서 자본가계급에 맞서 비타협적으로 투쟁해야 한다. 달콤한 말에 도취돼 문재인 정부에 의존하면 할수록 노동자들은 더욱 더 무시당할 수밖에 없다.

 

실질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늘리기,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 반대,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모든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 모든 해고 금지를 내걸고 모든 노동자가 하나로 단결하자.

 

 

 

누가 문재인 정부에 대한 환상을 부추기는가?

 

 

민주노총이 청와대 만찬에 참여하지 않자, 민주노총을 공격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조중동은 물론이고 <한겨레>와 <경향신문>도 민주노총을 공격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의 정규화,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정부와 노동계 전체가 밥 한 끼 함께 먹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개탄스럽다”고 했다.

 

‘밥 한 끼’는 문재인 자본가정부가 1,900만 노동자를 공격하기 위해 민주노총을 포섭하려는 ‘정치적 미끼’다. 그런데 <경향신문>은 이런 진실을 감춘다. 왜? <경향신문>은 문재인 자본가정부의 하위파트너 경향을 강하게 띠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사설의 다음 문장을 보라!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을 올리고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노력하는 등 전임 정부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금 비정규직 제도 유지와 최저임금 인상 유명무실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노동자들은 경향신문의 위 사설에 거부감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민주노총이 기득권을 버리고 겸손한 자세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바란다”며 민주노총을 ‘기득권 세력’인 양 공격하며 ‘사회적 책임’이란 이름 아래 은근히 희생과 양보를 요구하는 것에 분노할 것이다.

 

한편, 공공운수노조 지도부 등 노조 관료들도 문재인 정부에 일정하게 환상을 품고 있다(관련기사 4면). 그들은 문재인 정부의 대화란 실제로는 허심탄회한 대화를 가장한 치밀한 공격이라는 점을 볼 수 없거나 보려 하지 않는다.

 

공공운수노조는 “비정규직노동자의 노조할 권리와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노동기본권 보장 등 많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주노총이 청와대에 갔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노동자의 ‘많은 과제’는 투쟁을 통해서만 쟁취할 수 있다. 공공운수노조 지도부가 투쟁과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하면서 사실상 대화에 무게를 두고 있는데, 이는 투쟁을 통해 노동자의 많은 권리를 쟁취하려 하기보다 대화를 통해 정규직도 양보하며 주고받기식 거래를 하려 하기 때문이다.

 

공공운수노조 지도부는 2년 전에도 임금의 중요한 일부인 경영평가 성과급을 반납해 청년 채용 재원으로 사용하자고 주장한 적이 있는데, 이는 청년실업 해결을 위해 자본가들과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도록 하는 대신 정규직도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한 위험한 양보론이었다.

 

경제위기의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가를 놓고 앞으로 더 첨예해질 대립에서 노동자가 살려면 먼저 누가 우리 편이고 누가 우리 편이 아닌가를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자본가 편이지 결코 우리 노동자 편이 아니다. 이런 정부에 대해 환상을 부추기는 자들을 노동자들은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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