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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갈등 해결사가 등장한 것인가

 

 

 

2면 신고리_연합뉴스.jpeg

사진_연합뉴스

 

 

 

신고리 5, 6호기 건설재개 여부를 판단한 공론화위원회를 찬양하는 평가가 쏟아졌다. “한층 성숙한 민주주의”, “숙의민주주의의 모범”, “통합과 상생의 정신”, “갈수록 빈발하는 대형 갈등과제를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결하는 지혜” 등등. 다름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다.

 

언론에서도 관련 보도가 끊이지 않는다. 이 분위기로만 본다면 한국 사회를 뒤덮은 갈등을 해결할 적임자가 마침내 등장한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그저 감탄하면서 노동자도 저 ‘숙의민주주의’에서 한자리 차지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으면 되는 걸까?

 

 

환상

 

형식적으로 보면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충분한 자료를 공유하고 검토하고 토론하고 설득하며 집단의견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꽤 민주적인 것처럼 보인다. 사실 국회에서도 그렇게 자료를 회람하고 토론하며 결정한다. 하지만 300명의 국회의원이 모여 있는 국회가 진짜 ‘민의의 전당’이라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물론 471명의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 숫자가 국회의원보다는 조금 더 많고, 이들이 국회의원들보다 훨씬 진지하게 토론하며 결정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란 단지 숫자나 절차 문제로 환원될 수 없다. 우리는 누구의 민주주의인가, 정확히 말해 어느 계급의 민주주의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공론화위원회는 지역, 성별, 연령을 기계적으로 안배해 구성했을 뿐, 우리 사회의 절대다수인 노동자가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애당초 공론화위원회 같은 협소한 기구가 노동자계급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건 불가능하다. 파리 코뮌이나 러시아 소비에트(노동자평의회) 같은 역사적 사례가 보여주듯이 노동자들은 사회 전체를 관장하는 대중적인 토론기구이자 집행기구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런 구조에서만 노동자들은 자본주의적 가치관과 이해관계가 미치는 영향력을 차차 씻어내며 자기 계급의 목소리를 온전하게 낼 수 있고, 그때 비로소 압도적인 다수 대중의 민주주의 즉 노동자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다. 공론화위원회의 ‘숙의민주주의’란 이와 같은 노동자민주주의와는 아주 거리가 멀다.

 

 

큰 그림

 

결국 저 '한층 성숙한 숙의민주주의의 모범'이란 노동자들을 현혹하는 기만으로 활용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로선 챙길 것만 챙겨 가면 된다. 민주적 토론과 결정이라는 명분 아래 신고리 건설 재개를 둘러싼 정치적 부담을 가볍게 덜어내고, 사회적 갈등을 해결할 묘책을 찾아낸 것처럼 분위기를 형성하면 된다.

 

특히 이 사안은 단지 신고리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공론화 경험을 통해 사회적 갈등현안을 해결하는 다양한 사회적 대화와 대타협이 더욱 활발해지길 기대”한다고 이후 방향을 제시했다. 가장 중대한 과제, 즉 노동자조직을 끌어들여 사회적 합의주의 체제를 만들고 계급투쟁을 말살하려는 큰 그림이 준비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숙의민주주의와 사회적 합의에 대한 환상이 부풀어 오를수록, 자기 계급의 독립성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노동자운동은 비난의 십자포화를 받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문재인 정부를 갈등 해결사로 착각하고 감탄하는 게 아니다. 단호하게 단결투쟁의 결의를 모아 문재인 정부의 계급투쟁 말살 책략에 찬물을 끼얹어야 한다.

 

오연홍 노동자운동 연구공동체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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