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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과의 단결

- 그 속에 노동자운동의 근본 문제가 담겨 있다

 

최영익 노동자운동 연구공동체 뿌리

 

 

 

4면 정규직화 문제_뉴스1.jpg

사진_뉴스1

 

 


비정규직 문제는 최근 15년을 관통하는 한국 계급투쟁의 핵심 화두다. 전체 노동자를 단결시켜 노동자계급의 완전한 해방을 위해 노동자운동이 전진할 수 있느냐를 규정하는 결정적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지배계급의 권력이 유지되는 본질적 이유는 총칼 같은 채찍보다는 다른 데 있다.

바로 피지배계급이 지배계급을 넘어서서 스스로를 해방시킬 수 있을 만큼 준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줌 지배자들의 지배의 원천은 피지배계급이 자신의 거대한 혁명적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꽁꽁 묶어두는 것이다.


 

 

지배전략의 핵심–

노동자계급을 분열시켜라

 

자본가계급의 지배계획의 심장부에는 항상 ‘노동자계급 분할전략’이 놓여 있다. 이는 두 가지 노림수를 갖는다. 우선 하나로 단결하지 못한 노동자는 원자화된 시민일 뿐 결코 강력한 계급이 아니다. 노동자들이 서로 일자리와 임금을 두고 싸우면서 등을 돌려버린다면, 더욱 무기력해질 것이다. 모든 나라 자본가계급이 지배를 위해 우선적으로, 그리고 항상 시도하는 것이 바로 그런 분열전략이다. 분열돼 자본가계급에 맞설 전망과 힘을 상실한 노동자들은 결코 자본주의 체제에 도전할 수 없다는 걸 꿰뚫어본 결과다.

 

그것만큼, 아니 그보다 더 결정적인 노림수가 있다. 노동자계급 단결을 이룩할 구심점을 해체하고, 노동자계급 다수와 대립시키며, 한 발 더 나아가 자본가계급 혹은 중간계급의 정신으로 물들여버리는 것이다. 이는 노동자계급 단결을 해체하는 데서도 결정적 수단이다.

 

 

단결의 구심점을 포섭하라

 

착취 앞에서 가장 단결하기 쉽고, 파업 같은 투쟁의 위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으며, 대규모로 함께 일하는 곳에서 노동자들은 단결에 먼저 착수한다. 이들은 ‘먼저’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먼저’ 투쟁에 나섬으로써 조직노동자운동의 선발대를 이룬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은 바로 이들이 일어난 출발점이었다. 이 최초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자본가계급은 온갖 수단으로 저항했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의 잠재력이 훨씬 더 강력했다.

 

하지만 노동자계급의 단결을 저지하기 위한 자본가계급의 노력은 거기서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십 배 강력해졌다. 반란을 시작한 노동자계급의 선봉부대를 나머지 노동자계급 다수와 분리시켜 단결의 구심이 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자본가계급의 새로운 지배전략이 됐다.

 

이 지배전략이 한국에서 구체화된 것이 영세하청, 외주업체를 포함한 비정규직제도였다. 자본가계급은 대노동조합의 조합주의 지도자들을 포섭해 분열정책을 집행했다. 비정규직노동자를 강도 높게 착취해 더 많은 이윤을 뽑아내고, 그 작은 일부를 대기업 노동자에게 줄 테니 타협하자는 것이었다. 단 조건이 있었다. 수많은 비정규직노동자, 청년노동자의 고통에 눈 감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대노동조합의 조합주의 지도자들은 노동자계급 총단결을 포기하고 계급타협전략에 스스로를 얽어맸다.

 

이러한 배신의 효과는 거기에 제한되지 않았다. 노동자계급 형성의 구심점이 돼야할 대기업 노동자들이 자본주의 정신에 포섭되기 시작한 것이다. 경쟁논리와 노사협조주의, 정규직 우월주의를 내면화하는 흐름까지 확산했다. 가증스런 자본가계급은 자신이 이런 상황을 조장해놓고서도, 이를 이용해 ‘비정규직 문제에 눈 감는 노동자운동’이라고 대대적으로 선동하면서 노동자계급의 분열을 가속화했다. 이는 1990년대 이후 지금까지 한국에서 노동자계급 단결이 진척되지 못한, 즉 자본가계급의 지배가 관철된 결정적 요인이었다.

 

 

더 야심찬 지배전략

 

이런 지배전략이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놀랄 만큼 확산된 비정규직제도, 그리고 갈수록 심각해지는 청년실업 문제가 자본가계급의 지배를 위협하고 있다. 이 상태를 방치한다면, 장기적으로 노동자계급의 저항이 폭발할 수밖에 없다. 다른 한편 노사협조주의 계급타협전략을 수십 년간 관철함으로써 조직노동자운동의 상층 지도자들을 충분히 포섭했고, 대중 차원에서도 대노동조합들에서 노동귀족적 의식을 확산했다는 자신감이 있다.

 

이 두 측면을 모두 고려한 결과, 자본가계급은 비정규직제도를 아주 약간 완화하는 것을 알리바이로 삼아 대기업, 산업, 전국 차원에서 노사정 계급타협전략을 밀어붙이고 있다. 노동자계급을 분열시키는 것도 모자라 가장 가난한 노동자들을 자본가정부 지지 세력으로 포섭하고, 더 나아가 조직노동자운동을 타협의 우리에 가둬 질식시키는 데로 나아가려 한다.

 

 

결정적 전투의 장

 

문재인 자본가정부의 지휘 아래, 일차적으로는 공공부문에서 이차적으로는 민간부문에서 그 본질은 바꾸지 않은 채 비정규직제도의 겉모습을 약간만 손본 정책을 자본가계급은 집행하고 있다. 이것은 두 개의 비수를 숨기고 있다. 하나는 비정규직 조건 개선을 볼모로 조직노동자운동 상층에 득세한 타협주의 세력의 노사정위 참가를 정당화하는 알리바이를 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조합주의 관료집단의 영향력에 방치된 결과 노동귀족 습성이 퍼진 대기업 정규직 노동운동을 사회적으로 더 확실히 고립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노동자계급 총단결의 구심을 더 철저히 파괴하고 제압하는 것이다.

 

“우리 자본가계급은 비정규직 문제에 최소한 이 정도는 신경을 쓴다. 그러나 한국 조직노동자운동을 대표하는 대기업 노조 조합원들은 이조차 거부하면서 자기 이익에만 몰두하고 있지 않느냐?” 바로 이것이 한국 자본가계급이 광범위한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보여주려는 조직노동자운동의 모습이다.

 

하지만 한국 자본가계급의 이런 시도는 도박이다. 우선 점차 조직되고 있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자본가정부의 기만조치를 뛰어넘어 더 멀리 전진하고자 할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낸 대기업 조직노동자운동의 상태가 그 선진부위에게 정면으로 묻는다. “이제 더 이상 노동자계급 분열을 방조하지 말라! 조직노동자운동의 선봉부대를 계급단결투쟁의 중핵으로 다시 세워내기 위해 단호하게 투쟁하라!”

 

 

위대한 반격

 

이 투쟁은 한국의 노동자계급을 하나로 단결시키고, 그 힘과 정신을 모아 노동자계급 투쟁정당으로 선진부위가 진격하는 결정적 실천 무대다. 나아가서 이 투쟁은 자본가계급이 노동자계급 단결의 중핵대오 속에 심어놓은 오염물을 뱉어내며, 노동자계급의 진정한 공동체주의 본성을 일깨우고 개화시키는 결정적 실천 무대다.

 

20년 넘게 조직노동자운동의 선진 부위는 이 결정적 전투에서 밀려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던진 결투장갑 앞에서, 이제 더 이상 물러날 데가 없고 물러나서도 안 된다는 점을 이들은 자각해가고 있다. 한국에서 진정 강력한 노동자계급을 형성하고, 그 필사적 전투의 성과를 모아 노동자계급정당을 향해 진격할 것인지, 아니면 더 뼈저린 후퇴 속에서 자본가계급에 더 깊이 종속될 것인지가 바로 이 전투의 향배에 달려 있다.

 

어떤 지역, 사업장에서 실천하든 자신의 실천을 전체 노동자계급 단결의 관점에서, 그리고 자본의 지배전략을 파탄내면서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힘을 벼려낸다는 관점에서 실천하는 선진투사들만이 ‘노동자계급의 완전한 해방을 향한 위대한 운동’을 이끄는 전위의 자격을 획득할 수 있다. 노동자계급정당은 바로 이 투사들을 통해서만 건설할 수 있다. 노동자계급의 잠재력을 신뢰하고,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혁명적 강령이란 무기를 갖고 있는 사회주의자들은 백배의 각오와 책임감으로 이 전투의 선두에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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