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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불법파견 판정,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용덕

 

 

2면 파리바게트.JPG

 

 


파리바게뜨는 제빵기사에 대해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가맹사업법’) 상교육, 훈련 외에도 채용, 평가, 임금, 승진 등에 관한 일괄적인 기준을 마련해 업무에 대한 전반적인 지시 감독을 함으로써, 가맹사업법의 허용범위를 벗어나 파견법상 사용사업주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했다. (출처_2017년 9월 22일 자 고용노동부 보도자료)


 

 

불법파견 판정

 

위 도표에서 볼 수 있듯 노동부는 계약의 명칭, 형식을 불문하고 근로관계의 실제 내용에 따라 판단해, 파리바게뜨가 형식상 계약당사자가 아니라고 해도 실질적으로 사용사업주의 역할을 했다면 불법파견이 성립한다고 밝혔다.

 

최근 만도헬라 비정규직 전원 불법파견 판정,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불법파견 판정과 직접고용 이행지시도 같은 맥락이다. 형식상 계약당사자가 아니라고 해도 실질적으로 사용사업주 역할을 했는가를 불법파견의 기준으로 본다면 SK브로드밴드나 LG유플러스, 삼성전자서비스도 불법파견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정부는 경총과 자본가들이 반발하자 이번 감독의 결과는 “파리바게뜨에 국한되는 것으로 모든 프랜차이즈 업계의 특별감독이나 수시감독을 들어가야겠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고용노동부차관 이성기는 “제조업 등 다른 업계에서 합법적인 도급을 사용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기에 이번 감독결과가 제조업 등 다른 업계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는 지나친 비약”이라고 일축했다.

 

 

적극적인 예방전략

 

이번 판정은 어떤 배경에서 등장했나? 정부는 민간부분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핵심 대책으로 불법파견 인정을 내놨다. 기간제법, 파견법 폐지는 막는 대신 불법파견 인정으로 민간부문 비정규직노동자를 달래려 한다. 노무현 정부 때도 노동부는 파견법 개악을 강행하며 현대차 사내하청 등 여러 사업장에 불법파견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수많은 노동자가 비정규직제도의 야만성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 비정규직제도에 대한 노동자의 분노는 이미 쌓일 대로 쌓였다. 이 문제를 건드리지 않으면, 대중의 분노를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지 못한다면, 그래서 노동자의 분노가 계급적이고 변혁적인 운동으로 결집한다면 이 체제는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그 전에 정부에 대한 신뢰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면서 공공부문 정규직화 대책을 내놓고 있다. 물론 정부는 기간제교사 정규직화는 사실상 백지화했고, 영어회화전문강사, 스포츠강사 등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의 무기계약직 전환조차 가로막았다. 인천공항공사에서도 직접고용이 아니라 자회사 추진을 저울질하면서 노동자들의 자주적 투쟁을 가로막기 위해 노조파괴 전문가를 영입했다. 제2여객터미널 개항을 위해 설립한 임시 법인 인천공항운영관리(주) 사장에 선임된 전 한국지엠 부사장 장동우는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용역깡패까지 동원해 집요하게 노조를 탄압했던 인물이다.

 

이처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선언은 결정적 한계를 갖고 있다. 그런데도 아주 약간이나마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분노를 달래는 정도의 모양새는 취하고 있다. 반면 민간부문에서는 자본가들의 반발이 워낙 거세서 그 정도의 모양새도 취하기 어렵다. 그런데 비정규직노동자의 대다수가 고용된 분야가 바로 민간부문이다.

 

민간부분 비정규직의 상황은 정말로 악화돼 있는데, 문재인 정부가 그나마 민간부문 개별 자본가들의 반발을 어느 정도라도 제어하면서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불만을 달랠 수 있는 수단이 불법파견 판정이다. 개별 자본가들은 저항하겠지만 총자본의 대변자인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분노를 통제할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비정규직제도를 철저히 합법적으로 정비하고 약간의 개량을 주어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자주적이고 급진적인 진출을 가로막고 싶은 것이다. 이미 현대자동차 모든 사내하청 불법파견 판결 등 법률적 근거도 쌓여있다.

 

 

정치적 효과 극대화

 

물론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피맺힌 투쟁이 없었더라면 정부는 이 정도의 조치도 시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이 정도의 조치에 만족한다면, 노동자계급의 뼈아픈 고통은 전혀 해결되지 않는다.

 

먼저 공공부분 정규직화, 불법파견 판정 등으로 정규직이 될 수 있는 노동자는 천만 명 가까운 전체 비정규직노동자 중 극소수다. 그것도 온전한 정규직화를 쟁취하려면 갈 길이 멀다. 무기계약직 등의 가짜 정규직화를 넘어서야 하고, 불법파견 판정조차 거부하는 자본가들의 탄압에 맞서 싸워야한다. 설사 정규직이 된다 하더라도 노동자 스스로 싸울 수 있는 힘과 조직이 없으면 언제든 가차 없이 공격당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아주 제한적인 정규직화 대책을 펴는 대신 정치적 효과는 최대한 높이고 있다. 자신들을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사로 포장하고 있다. 노동자 스스로의 단결과 투쟁이 아니라 정부의 선물에 의존하라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해 비정규직의 고통을 내팽개치고 있는 정규직노조가 문재인 정부로 하여금 자신의 한계와 본질을 가릴 수 있게 도와 주고 있다. 저들이 노리고 있는 정치적 효과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수십만, 수백만 비정규직노동자

를 정규직화하고 실업자와 청년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투쟁을 할 수 있는 조직노동자운동이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하루하루 절망적인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비정규직노동자가 어디를 바라볼 수 있겠는가?

 

 

능동적으로 치고 나가자

 

그만큼 조직된 노동자운동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규직 노조만이 아니라, 특히 조직된 비정규직 노조의 역할이 중요하다. 불법파견 인정과 자신만의 정규직화에 만족할 것이냐 아니면 파견법 기간제법 폐지, 비정규직 철폐를 향한 투쟁을 조직할 것인가, 그래서 전체 비정규직노동자의 선두에 설 것인가? 이 질문을 피할 수 없고, 피해서도 안 된다.

 

전체 비정규직노동자의 절실한 요구를 함께 대변하는 투쟁 속에서만 비정규직 노조들은 과거의 정규직 노조들의 한계를 뛰어넘어 전체 노동자 총단결의 구심이 될 수 있다. 또한 그러한 실천을 통해서만, 비정규직 노조들은 정규직 노조들을 노동자 단결투쟁과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에 나서도록 독려할 수 있고, 그들 속으로 용기와 대의에 대한 충성심을 불어넣을 수 있다. 그것은 비정규직 노조들이 껍데기 정규직화가 아니라 진정한 정규직화, 나아가서 절실한 생존권 쟁취를 향해 전진하는 결정적 무기가 되어줄 것이다.

 

불법파견 인정 등 정부가 내놓은 개량의 틈새를 활용해, 더 많은 노동자들이 치고 나올 수 있도록 정규직, 비정규직 노조를 막론하고 모든 조직된 노동자가 전력을 다해 행동해야 한다. 모든 지역과 사업장에서 미조직노동자 조직화에 힘을 집중하자! 그리고 그들에게 알려주자! “문재인 정부에 청원하는 것에 희망이 있지 않다. 우리 동료들이 내민 연대의 손길을 붙잡으라! 투쟁과 연대, 노동조합 건설, 즉 우리 노동자계급의 자주적인 단결투쟁만이 우리 모두의 운명을 지켜줄 수 있다.” 이것은 조직노동자운동이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것을 차단함으로써, 그들의 운명만이 아니라 조직노동자 자신의 운명까지 지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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