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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배로 끝난 현대차 울산 1공장 신차 투쟁

우리의 오류를 철저히 반성하며

 

 

 


 

신차 코나(OS) 투입을 둘러싼 현대차 울산 1공장 투쟁이 패배로 끝났다. 리어서스펜션 외주화를 허용했고 노동강도를 강화시키는 변동투입비율을 열어줬다.

표준M/H(맨아워)가 적용되고 노동강도가 높아진 것에 비해 인원충원은 미미했다. 그런데 이런 현상적 결과에 대한 분석이 평가의 본질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최선을 다해 투쟁을 조직하지 못하면서 전투적 활동가층이 노동자들의 지지와 신뢰를 잃으면서 약화되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외주화를 저지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노동자들의 자신감과 투쟁의지가 꺾였다는 점이다.

노건투는 이 투쟁에 대한 책임이 있는 당사자로서 반성적인 평가를 하고자 하며, 이를 통해 다시 전진할 수 있는 길을 찾고자 한다.

 


 

 

 

9면 현대차1공장.jpg

6월 19일 '코나' 양산 기념식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현대차 노사. (사진_울산매일)

 

 

 

1공장

 

현대차 울산 1공장은 울산공장 내에서 상대적으로 조합원들의 조직력이 살아있고, 전투적인 활동가층이 버티고 있는 공장이다. TB(클릭) 투쟁에서 대규모 인원충원을 쟁취했고, RB(엑센트), FS(벨로스터) 외주화 시도를 저지하고 12라인 리어서스펜션을 환원하기도 하는 등 역사적으로 굵직한 현장투쟁을 벌여왔다. 그런 점에서 2010년 현대차 비정규직의 공장점거파업이 1공장 CTS에서 전개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2016년에 1공장 사업부위원회는 OS, JS 신차 투입을 앞두고 OS 양산일(6월 15일)과 개선공사일정, 범퍼서브장, RB 서스펜션모듈 외주화를 직권조인으로 합의했다. 노동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노동자들은 그동안의 투쟁에서 전투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고 젊고 패기 있는 ‘현대차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 소속 활동가들을 새롭게 대의원에 당선시켰다. 게다가 공동행동 소속 해고자를 사업부 대표로 당선시켰다. ‘투쟁을 통한 모듈·외주화 저지’를 전면에 걸고 싸우겠다는 결의를 밝힌 공동행동 활동가들의 당선은 그들과 함께한다면 OS 신차투쟁을 제대로 전개할 수 있다는 노동자들의 바람과 열망의 표현이었다.

 

 

주어진 과제

 

그런데 조합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1공장 지도부로 올라선 공동행동 활동가들 앞에 놓인 상황은 엄혹했다. 개선공사 일정과 양산일자가 이미 합의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조합원들은 호락호락 외주화를 허용할 생각이 없었고 공동행동 활동가들 역시 대의원들의 협상중심으로 마무리했던 과거의 관료적인 관행을 깨고 노동자들을 투쟁의 주체로 일으켜 세워 대중투쟁을 조직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활동가들은 우선 지지해준 노동자들을 믿고, 그 힘에 의지해 단호하게 투쟁을 조직해야했다. 핵심 선거구 노동자들을 선봉대열로 조직해 투쟁을 선도하고, 현장순회선동, 보고대회 등을 통해 외주화 저지 투쟁을 의장부서 전체, 1공장 전체로 확대해야 했다.

 

이런 작업이 아주 충분하게 진행되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활동가들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며 출퇴근 선전전, 중식집회 등으로 조합원들의 열기를 조금씩 끌어올리고 있었다. 무엇보다 자본의 악랄한 공격에 직접 부딪히고 있던 외주화 해당 부서 노동자들도 투쟁을 완전히 포기한 상황이 아니었다. 확전이 필요했다. 결정적 투쟁 국면이 다가오고 있었다.

 

 

거듭된 후퇴와 패배

 

신차 투쟁은 우선 모듈·외주화 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투입비율, M/H 협의로 가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모듈·외주화 저지가 신차 투쟁의 1차 접점이 된다. 1공장 사업부위원회와 ‘현대차 공동행동’은 정당하게도 ‘모듈·외주화 철회없는 T3(테스트카) 투입 불가’를 분명히 밝혔고 T3 투입 시점이 전면적인 투쟁 시점이라는 것을 인식하며 현장을 조직해 갔다.

 

현대차 자본은 리어서스펜션모듈 외주화는 회사 정책이라며 밀어붙였고, 5월 24일 T3를 강제투입했다. 이제 결정적인 투쟁국면이 왔고, 강제투입에 맞서 지도부가 단호하게 투쟁에 나서면서 노동자들의 힘을 전면 동원하는 게 필요했다. 그러나 사업부대표와 공동행동 대의원들은 전면전, 대중전을 조직하지 않았다. 사업부대표를 중심으로 잠깐 라인을 세웠지만 T3카 강제투입 도발을 강력히 응징하지 않았다. ‘해당 선거구 노동자들에게 유감을 표명한다’는 정도를 수용하며 뒤로 물러섰고 26일에는 T3 투입을 합의해주었다. 또한 모듈·외주화 협의와 M/H협의를 병행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리어서스펜션 모듈 외주화를 받아들였다. 주도권은 완전히 자본으로 넘어갔다.

 

자본은 또다시 6월 15일 양산차를 강제투입했고, 1공장 사업부위원회는 강제투입에 맞서 잠시 라인을 세우기는 했지만 소수 대의원들의 투쟁으로 고립되면서 투쟁을 이어갈 수 없었다. 곧이어 사측과 협의에 들어갔고 결국 19일 후퇴된 안으로 합의했다.

 

 

대중투쟁은 어떻게 조직될 수 있는가

 

투쟁은 억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노동자들이 투쟁의 정당성과 사활적인 중요성을 인식하고, 핵심적인 요구를 중심으로 단결할 때 가능하다. 그런데 선진부위의 결단력과 책임성, 전투성을 빼고 대중의 준비 정도로만 대중투쟁이 가능한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대중투쟁은 준비된 대중이 스스로 투쟁에 나설 때만 가능하다’며 상상 속에서나 있을 법한 ‘100% 준비된 대중’을 투쟁 성립 조건으로 상정하는 것은 선진부위의 투쟁회피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이며, 대중투쟁이 전개되지 못한 책임을 대중에게 돌리는 것이다. 진정한 대중투쟁은 노동자들의 자발적 의지에 선진부위의 결의에 찬 주도력이 더해져야만 탄생할 수 있다.

 

물론 선진부위가 단호하게 투쟁한다고 해서 항상 대중투쟁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의 의지를 투쟁의 동력으로 충분히 발전시키지 못해 대중투쟁으로 뻗어나가지 못한 채 선진부위가 고립되어 패배할 수도 있다.

 

그러나 패배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과정을 거쳐 패배하느냐다. 선진부위의 헌신과 책임성, 과감한 결단이 있어야만 대의에 대한 충성심을 남길 수 있고, 결정적인 전투국면에서 필요한 지도력과 주도력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그러한 헌신과 책임성을 통해서만 선진부위의 자존심과 정당성을 지켜내, 미래의 전투 중핵을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격의 진지

 

노건투는 자본주의를 철폐하고 노동해방으로 진군하기 위해 필요한 정치적 구심, 즉 혁명적 노동자당 건설을 목표로 활동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투사들이 투쟁과정에서 노조관료나 조합주의자, 개량주의자와는 전혀 다른 대안세력으로 올라서야 한다. 노건투는 그런 운동을 건설하는 데 책임을 다하고자 했다.

 

그런데 이번 울산 1공장 투쟁과정에서 노건투는 오류를 범했다. 우리는 현대차에서 아주 작은 세력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책임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1공장 대의원으로서 투쟁을 이끄는 핵심적인 위치에 있었던 노건투 회원이 투쟁의 결정적인 국면에서 전면전, 대중전을 조직하지 않고 뒤로 물러섰다. 투쟁을 준비하면서 함께 결정했던 투쟁의 원칙과 방향을 뒤집었고, 그것도 후퇴가 필요한지에 대한 토론과 논의를 민주적으로 조직하지도 않은 채 물러섰다.

 

무엇보다 이 회원은 투쟁 패배 이후에 현대차 공동행동 내의 평가 과정에도 진지하고 책임성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라 회피했다. 또한, 올해 초에도 우리 회원을 포함해 공동행동 출신 대의원들도 남양 연구소 출장을 가면서 사측과 함께 식사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당시 이 문제를 정확히 비판하고 철저한 반성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우리는 위에서 말한 문제들이 단지 한 회원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조직적 이완 같은 조직 전체의 약점을 반영하는 일이라고 솔직히 고백한다.

 

지금 현대차를 비롯한 여러 대공장에서 민주노조 정신의 전반적인 후퇴, 계급적 연대와 전투적인 투쟁 기풍의 이완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를 거스르기 위해서는 선진적 압력이 조직되어야 한다. 민주적이고 계급적인 노동운동을 재건하기 위한 활동가들과 선진노동자들의 치열한 실천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 선진적 압력을 함께 찾고 함께 조직하며 반격의 진지를 건설해야 한다. 이 점에서 노건투는 정치적, 실천적으로 철저함과 단호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노건투는 울산 1공장 투쟁의 경험을 철저히 분석하고, 처절한 반성 속에서 정치적 명확성과 조직적 규율성, 계급투쟁에 대한 책임성을 더욱 분명히 세워내기 위해 분투할 것이다.

 

노건투 운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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