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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 시티(Tent city)

노건투 2017.12.13 14:34 조회 수 : 92

 텐트 시티(Tent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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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미국 홈리스_텐트시티2.jpg

사진 위 : 1930년 시애틀, 사진 아래 : 2011년 포틀랜드

 

 

 

미국의 어제와 오늘을 담은 두 장의 사진을 가져왔다. 첫 번째 사진은 1930년 시애틀의 풍경이다. 두 번째 사진은 2011년 포틀랜드에서 찍힌 장면이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그 분위기는 놀랄 만큼 흡사하다.

 

 

1929년 이후

 

1929년 대공황이 발발한 뒤 미국에선 천만 명 넘게 실업노동자가 생겨났다. 농촌에선 은행에 집을 빼앗긴 농민들이 일거리를 찾아 떠돌이생활을 했다. 곳곳에 판잣집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다. 당시 대통령인 후버의 책임을 물으면서, 이렇게 생겨난 동네엔 후버빌(Hoovervilles)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발작을 일으키듯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가 노동대중의 삶을 어떻게 짓뭉개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2차 세계대전이라는 끔찍한 대가를 치르며 기사회생한 미국 자본주의는 적어도 겉으로는 실업과 빈곤을 순탄하게 해결해가는 것처럼 비쳤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사람들이 새로운 인생을 찾아 미국으로 몰려들었다.

 

 

2008년 이후

 

하지만 자본주의가 다시 한 번 발작을 일으키면서, 아메리칸 드림은 악몽으로 변했다. 2008년 금융위기를 매개로 표면화한 자본의 위기가 또 다시 수많은 노동자의 삶을 도려냈다. 그들은 직장을 잃었다. 집도 잃었다. 생활기반이 허물어진 노동자들은 그림자처럼 도시의 뒷골목으로 내몰렸다.

 

차들이 달리는 도로 옆 담벼락, 고가도로 밑이나 철길 옆 공터, 건물이 들어서지 않은 도시 외곽 빈 땅, 또는 근처 숲 속에 텐트를 치고 숙식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이런 곳엔 텐트시티(Tent city)라는 명칭이 붙었다.

 

 

십 년이 흘렀지만

 

2008년 금융위기가 발발하자 미국 정부는 헐떡이는 자본가들의 숨통이 끊어지지 않도록 사력을 다했다. 공적 자금 투입, 양적 완화 등 자본가 살리기 정책을 맹렬하게 펼치면서 저물어가는 자본주의를 지키려고 발버둥쳤다. 물론 저들의 자본가 살리기는 곧 노동자 죽이기를 뜻했다.

 

해가 기울면 그림자가 길어지듯이, 이 죽음의 행렬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인 2006년 보도에 따르면 LA의 대표적인 홈리스 밀집지역인 스키드로우에 대략 1,800여 명의 홈리스가 거주하고 있었다. 2014년엔 이 숫자가 3,000에서 6,000 사이로 추정됐다. 2016년 1월 보도에선 10,000명 이상의 홈리스가 이곳에 모여 있다고 말한다.

2017년 11월 24일자 WSWS 기사에선 몇 가지 정보가 추가됐다.

 

• 로스앤젤레스, 롱비치, 글렌데일 등을 포괄하는 LA 카운티 전체의 홈리스 숫자가 2016년에 비해 23% 증가했다(58,000명).

• LA 지역에서 식품 무료지원 사업을 벌이는 푸드뱅크는 LA 카운티에서 140만 명이 식량난에 시달린다고 밝혔다. 이는 6명 중 1명이 다음 끼니를 때울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뜻이다.

• 특히 젊은 층이 궁핍해지고 있는데, 18세에서 24세의 홈리스 숫자가 지난해 대비 68%나 증가했다.(WSWS, “Thanksgiving in Los Angeles: From Hollywood’s American dream to social nightmare” 참조)

 

 

트럼프가 하는 일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향후 10년간 저소득층 의료지원(메디케어), 식비지원(푸드스탬프), 교육비 및 장애인 지원 등 사회복지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열악해지는 미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걱정하는 척하지만, 어깨를 토닥이며 옆구리에 칼을 들이대는 격이다.

 

그렇게 잘라낸 예산은 고스란히 자신이 내세운 군사비 10% 증강계획에 쓰인다. 중국 지배계급과의 제국주의 경쟁에서 미국 지배계급의 우위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다. 결국 트럼프는 미국 노동자들의 위기감과 절망을 부추기면서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고, 이를 이용해 미국 자본가체제를 지키는 데 복무할 뿐이다.

 

이 추세가 20세기 전반기를 피로 물들였던 세계 대공황과 전쟁이라는 패턴의 재현으로 귀결될지 예언하는 건 우리의 몫이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이 있다. 자본가체제를 내버려두는 한, 되풀이해서 발작적인 위기에 빠지고 그때마다 노동자들이 야만적인 실업과 빈곤의 늪에 빠지는 악순환이 끝나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오연홍 노동자운동 연구공동체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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