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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학생이지 기업의 손아귀에 놓인 상품이 아니다”

거리로 나온 이탈리아 중고생들

 

 

 

7면 이탈리아 학생 시위.jpg

이탈리아 학생들이 '학교를 바꾸기 위한 반항의 세대'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13일 로마 도심을 행진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2015년에 맥도날드나 자라 등 거대 기업과 연계한 고등학생 인턴십 제도를 도입했다. 이탈리아 학교의 95%, 약 90만 명의 학생들이 인턴십 제도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10월 13일, 정부가 주도한 인턴십 제도에 뿔이 난 총 20만 명(주최 측 추산)의 이탈리아 중고교생들이 수도 로마를 비롯해 밀라노, 나폴리, 살레르노 등 주요 도시 70여 곳의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계속된 경제 위기가 부른 투쟁

 

이탈리아 노동통계청은 6월 21일 발표한 ‘일자리는 어디에’라는 보고서에서 2008~2016년에 실업 상태에서 탈출하기 위해 해외로 이민 간 이탈리아인들이 총 50만9천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부분 35세 미만의 청년들로 추정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실업률은 11.2%로 EU에서 세 번째로 높고, 지난 5월 기준 15세 이상 24세 이하 청년 실업률은 37%에 이른다. 이탈리아에서는 30세 미만 청년층 소득이 60세 이상 노년층 소득의 60%에 그칠 만큼 청년층의 빈곤이 심각하다. 정부 부채는 그리스에 이어 두 번째다.

 

프랑스, 스페인 등 다른 자본가국가에서와 마찬가지로, 재정 위기를 맞은 이탈리아는 2010년 이후 ‘노동시장 유연성 및 역동성’에 초점을 맞춰 노동개악을 추진해 왔다. 해고 요건 완화 및 파견근로, 시간제근로 등 근로형태 다양화 그리고 인턴십 제도가 대표적이다.

 

인턴십 기간에 학생들은 최저임금보다 낮은 급료에 햄버거를 나르고 화장실 청소를 하고 신발을 파는 등 허드렛일을 떠맡았다. 학생들은 경력에 도움이 되지 않았고 굴욕감만 느꼈다고 반발했다. 이날 학생들은 “공짜노동으로 더 이상 착취하지 마라”, “우리는 실질적인 교육과 양질의 업무환경을 원한다”, “우리는 학생이지 기업의 손아귀에 놓인 상품이 아니다”라고 외쳤다. 계속된 경제파탄과 야만적인 정책들은 학생들이 사회체제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자각하게 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거리로 나와 저항했다.

 

 

야만적 청년고용 문제, 이탈리아만의 일인가?

 

통계청이 이달 18일 발표한 한국의 실업률은 3.4%이고, 청년 실업률은 9.2%이다. 반면 청년 체감실업률은 21.5%에 이른다. 16년 하반기 고용부의 조사에 따르면, 열정페이 감독을 포함해 4,865개소에서 적발된 임금체불 규모는 182억4,700만 원이나 된다. 체불 사업체 비율은 46.3%로 전체 감독 대상의 절반에 육박했다. 또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현장실습생 15만9천463명 중 현장실습비를 기업에서 받은 학생은 60.9%인 9만7천186명에 불과했다. 한국농수산대학의 한 학생은 ‘식사로 일주일간 라면을 먹은 적도 있다.

 

학과목과 무관한 무, 배추 등의 농사일을 시키는 농장주의 노동력 착취행위가 있다’고 고발했다. 올 1월 LG유플러스 현장실습생 홍수연씨 자살사건에서 보듯 야만적인 실습생 제도를 정부는 취업률 제고라는 구실을 앞세워 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해 계속 운영하고 있다.

 

잇따른 실습생 사망사고 때문에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으면 정부가 근로감독을 실시하긴 하지만, 일부 사업체만 단속해 전체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 기만적이고 악랄한 착취제도를 누군가 끊어내 주기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진열대에 놓인 상품 취급하는 정부와 기업에 맞서 이탈리아 학생들처럼 우리 한국의 노동자와 학생들도 단결하고 투쟁해야 한다.

 

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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