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본문시작

스페인

카탈루냐 분리운동, 동요하는 자본주의

 

 

 

9면 스페인_AFP연합뉴스.jpg

카탈루냐 분리독립 투표를 강경 진압한 스페인 정부에 반발해 10월 3일 총파업에 나선 바르셀로나 소방관들. (사진_AFP연합뉴스)

 

 

 

카탈루냐 분리운동을 둘러싼 상황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10월 1일 카탈루냐 분리찬반투표를 막기 위해 중앙정부는 수천 명의 경찰을 투입해 강경하게 탄압했다. 수백 명이 경찰 폭력에 피를 흘렸다. 계엄령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200만 명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 압도 다수가 카탈루냐의 독립에 찬성했다. 10월 3일에는 카탈루냐 노동자들이 독립을 지지하는 총파업과 시위를 벌였다.

 

중앙정부의 억압은 더 격화됐다. 분리운동을 주도하던 카탈루냐 활동가들이 구속됐다. 10월 21일에는 라호이 총리가 긴급 국무회의를 소집해 카탈루냐 자치정부 해산계획을 세웠다. 카탈루냐가 계속 저항하면 여러 자치정부 인사들이 체포될 거라는 소문도 나돌기 시작했다.

 

이런 탄압은 프랑코 군사독재 시절(1939~1975년)을 연상케 한다. 노동자투쟁을 압살하며 집권한 프랑코는 카탈루냐 자치권을 박탈했고, 카탈루냐어 사용도 금지했다. 군사독재가 막을 내린 뒤에야 변화가 일어났다. 1978년 12월 29일 제정된 새 헌법에선 프랑코 독재에 저항해온 바스크와 카탈루냐 지방의 독립 요구를 존중하지 않을 수 없었고, 공식적으로 자치권을 보장했다. 카탈루냐에선 카탈루냐어로 교육할 수 있게 됐다. 2006년 개정된 카탈루냐 자치주법은 카탈루냐 민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기까지 했다.

 

 

자본주의의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카탈루냐 민족주의자들에게 이런 절충적 방안은 만족스럽지 못했고, 중앙집권적 통치체제를 확립해야 할 스페인 지배계급 주류에게 이런 체제는 불안한 것이었다. 이 불안정한 공존체제가 내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율할 수 있는가는 곧 스페인 지배계급의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준다. 지금 스페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는 다름 아니라 스페인 지배계급의 위기관리능력에 균열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미 많은 언론에서 최근의 충돌 뒤에 깔려 있는 경제 요인을 지목한다. 카탈루냐인들이 내는 세금이 카탈루냐를 위해 쓰이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이 작용했다는 이야기다. 강력한 긴축정책을 추진하는 중앙정부 방침이 분명 카탈루냐인들에게 큰 압박을 줬을 것이다.

 

그 압박을 넘겨받은 카탈루냐 노동대중은 자신이 겪는 고통의 근원이 중앙정부에 있다고 믿으면서 카탈루냐 분리 독립 분위기에 이끌리고 있다. 그 점에서 지금 스페인이 겪고 있는 통치 위기도 시차를 두며 여러 나라를 뒤흔드는 2008년 세계경제위기의 파장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누가 우리 편인가가 중요하다

 

하지만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게 있다. 중앙정부만이 아니라 카탈루냐 자치정부 역시 노동자를 겨냥해 가혹한 긴축정책을 실행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미 2010년에서 2012년 무렵, 그러니까 그리스에서 대대적인 총파업운동과 광장점거운동이 일어났던 시기에 스페인에서도 광장점거운동과 대대적인 총파업운동이 일어난 것이다. 그때 카탈루냐 노동자들과 스페인 노동자들은 하나로 뭉쳐 카탈루냐를 포함한 스페인 지배계급 전체와 싸웠다.

 

지금 당장엔 카탈루냐 지배자들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지만, 대중의 자발성이 솟아오르고 독자적인 투쟁으로 나갈 조짐을 보이게 된다면 카탈루냐 지배자들은 서둘러 스페인 중앙정부에 손을 내밀며 노동자투쟁을 진압해줄 것을 요청할 것이다.

 

우리는 카탈루냐 주민들의 자결권을 경찰을 보내 탄압한 스페인 중앙정부의 조치에 결코 동조하거나 침묵해선 안 된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의지해야 할 건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지배자들이 아니라 카탈루냐와 스페인의 경계를 넘어선 노동자의 단결투쟁을 조직하는 것이다.

 

오연홍 노동자운동 연구공동체 뿌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38 텐트 시티(Tent city) file 노건투 2017.12.13 4
437 독일, 이탈리아 아마존-노동자의 ‘파업 프라이데이’ file 노건투 2017.12.12 2
436 혁명적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아르헨티나 ‘좌파노동자전선’의 약진 file 노건투 2017.11.16 210
435 “우리는 학생이지 기업의 손아귀에 놓인 상품이 아니다” 거리로 나온 이탈리아 중고생들 file 노건투 2017.11.02 58
434 40만 프랑스 공무원 노동자의 성공적 시위 file 노건투 2017.11.02 58
» 스페인 카탈루냐 분리운동, 동요하는 자본주의 file 노건투 2017.11.01 56
432 [번역] 아르헨티나 좌파와 노동 운동이 성공할 수 있는 길 file 노건투 2017.10.13 63
431 [번역] 멕시코 지진이 이 사회의 단층선을 드러내다 file 노건투 2017.10.12 51
430 [번역] 이집트 섬유노동자 파업 file 노건투 2017.09.22 58
429 노동자 죽이기 공세에 나선 프랑스 마크롱 정부 file 노건투 2017.09.21 51
428 과들루프 : 바나나 농장 노동자들이 승리하다 ! file 노건투 2017.07.28 66
427 자화자찬으로 감출 수 없는 G20 다자외교의 초라한 실상 file 노건투 2017.07.26 65
426 그렌펠 타워 화재 자본가들의 방치가 낳은 거대한 살인사건 file 노건투 2017.07.10 113
425 중국 폭스바겐 노동자들이 계속 싸우고 있다 file 노건투 2017.06.28 72
424 그들만의 협약, 얼마나 무의미한가 file 노건투 2017.06.26 67
423 "탄압해도 소용없다, 이 정부는 무너질 것이다!" 멈추지 않는 브라질 노동자투쟁 file 노건투 2017.06.16 122
422 맨체스터 폭탄 테러 - 병든 자본주의 체제의 비극적 단면 file 노건투 2017.06.15 60
421 기지개를 펴는 미국 AT&T 노동자들 file 노건투 2017.06.15 74
420 아프리카 말리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파업물결 file 노건투 2017.06.06 67
419 ​“밀월은 없다, 정부가 나서라 ! ”며 투쟁하는 프랑스 노동자들 file 노건투 2017.06.06 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