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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렌펠 타워 화재

자본가들의 방치가 낳은 거대한 살인사건

 

 

이 글은 영국 <노동자투쟁> 그룹의 기사를 거의 그대로 번역한 것이다.

 

 

 

8_9면 영국 그린펠 화재_런던AFP연합뉴스.jpg

사진_런던AFP연합뉴스

 

 

6월 8일의 선거결과는 기만적인 테레사 메이(현 영국 총리)가 받아야 할 마땅한 벌이었으나, 그로부터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그렌펠타워 화재사건이 터졌다. 또 다시, 자본주의 시스템의 본성이 드러났다. 고작 한 줌의 부유한 자본가들이 오로지 그들의 이윤을 위해서 운영하는 체제, 정작 다수 노동계급의 땀방울 위에서 기생하며 자라는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의 목숨은 값 싸게 여기는, 자본주의 체제 말이다.

 

그렌펠타워를 담당하고 있는 ‘켄싱턴·첼시자치구’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 중 하나라는 영국, 그 안에서도 가장 부유한 지역이다. 그런데도 6월 14일, 79명이 사망했다. 아마 더 늘어날 수도 있지만, 그들이 살았던 그 건물을 순식간에 휘감았던 그 불길 속에서 일어난 일을 우리는 알기 어렵다. 몇몇은 살아있던 채로 불에 탔고, 다른 이들은 아마 유독 가스를 들이마셔 사망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노동계급의 사람들이기 때문에 죽었다. 바로 그 이유로 자치 당국의 그 누구도 그곳 주민들의 복지에 관해 관심 가지지 않았다.

 

 

사고를 내왔던 부실관리의 역사

 

이번 화재를 초래한 상황은 과거 40여 년간 안전을 방치해왔던 역사의 연장선에 있다. 토리당이든 노동당이든, 모든 정권은 노동자들을 위한 주거 정책들을 산산조각내버렸다.

 

이는 모두 대처 총리의 공공주택 매각 정책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이 정책은 의회에 대한 압박을 가중했으며, 의회가 직통 관리했던 분야들을 모두 해체, 분리했다. 토리당의 ‘관료적 형식주의 타파’는 그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각 층마다 더 많은 방을 쥐어짜기 위해서 화재 방지에 대한 요건(고층 빌딩의 로비 설치 의무)들이 폐지되기 시작했다. 건물의 로비는 소방관들이 도착할 때까지 세입자들이 아파트에서 안전하게 대피해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고 나서 하도급 계약의 광풍이 불어왔다. 처음엔 토리당 정권 아래에서, 그 후 노동당 정권 아래에서도 계속되었다. 주택관리부, 공영주택 관리 등 모든 곳에서 하청계약이 벌어졌다. 유지는 뒷전이 되어버렸고, 개보수는 말할 나위도 없었다. 모든 사업은 낮은 비용으로 이뤄져야만 했다. 왜냐하면, 바로 이렇게 해야만 하청계약자가 그 계약으로부터 이윤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불길이 계단으로 번지지 못하게 하기 위한 내화성 출입구들은 유지를 위한 재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더이상 내화성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비상계단도 없어졌다. 화재 보호에 대한 모든 정책이 이렇게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서 2000년 즈음, 누군가는 이 콘크리트 덩어리인 건물들을 그럴듯하게 꾸밀 수 있는 가장 저렴한 방법을 발명하게 된다. 바닥부터 옥상까지 외관은 번지르르한 이중 외장재로 싸고, 내벽은 보온성 절연재를 사용하여 그 사이에 1인치씩 틈을 두어 가며 지어 올렸다.

 

2009년, 캠버웰 지방에 위치한 14층 높이의 라카날하우스를 감싸고 있던 외장재가 단 몇 분만에 불길에 휩싸였다. 그리고 6명이 사망했다. 해당 자치 당국은 화재 규정을 어긴 이유로 벌금을 받았다. 4년 뒤에야 조사위원회 보고서가 나왔고, 외벽 자재가 내화성이어야 하며 층별로 스프링클러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가난한 자들에 대한 뿌리 깊은 멸시

 

하지만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토리당 각료들은 2010년부로 신축 주택에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를 없애 주었다. 이 까다로운 의무조항 때문에 개발업자들이 건축을 꺼릴 수도 있을 것이라 주장하면서 말이다.

 

그렌펠타워에서 일어난 일은 라카날하우스 화재의 반복이었다. 단지 훨씬 더 큰 규모로 일어났을 뿐이다. 당국은 지역의 부유층이 노여워하지 않게끔 건물을 그럴듯하게 꾸미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 부유층에는 데이비드 베컴, 마이클 고브, 앰버 루드, 윌리엄 왕자, 또 그밖에 영국에서 가장 부유한 자들과 연결된 많은 사람이 포함돼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그렌펠타워에 그 외장재가 쓰이게 된 것이다. 비용은 반드시 낮아야 했다. 가능한 한 가장 낮아야 했다. 내화성이 아닌 외장 자재가 사용되었고 5천 파운드를 절감했다. 그것이 불법이라 한들 말이다. 게다가 벽의 절연재는 폴리이소시아네이트를 포함하고 있었는데, 이 물질은 불이 닿으면 인체에 치명적인 가스를 방출하게 된다.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의 인종 멸종 수용소에서 사용되었던 가스와 동일한 것이기도 하다.

 

스프링클러는 갖춰지지 않았었고, 당국은 두말할 것도 없이 이 덕에 비용으로 나갔어야 할 20만파운드를 남겼다. 해당 구에서 집 한 채가 평균적으로 140만파운드에 매매될 때, 당국은 이 부유한 주민에게 세금 환급을 해줄 수 있었다. 당국은 예산만큼 돈을 쓰지 않았으니까!

 

그렌펠타워 화재는 일어날 때를 기다리고 있던 재앙이었다. 주민들은 번번이 위험을 알려왔고 특히나 배선 고장으로 전기 합선 사고들이 일어나기 시작한 때부터 더욱 심해졌다. 그러나 당국은 수수방관할 뿐이었다. 결국, 6월 14일, 또 한 번의 합선이 일어났고 그 불꽃은 4층에 있는 냉장고에 불을 붙였다. 외벽에 불길이 닿자 단 몇 분 만에 타워 전체가 불에 휩싸여버렸다.

 

보리스 존슨(현 외무장관)이 런던 시장에 재임했던 시절 소방 예산을 대폭 삭감해 놓았던 탓에 화재사건에 런던 전역에 있는 모든 소방관이 전부 동원돼야 했다. 하지만 이번엔 그 인력으로도 충분치 않은 상황이었다. 결국, 79명의 우리 형제∙자매들이 죽었다. 그들 중 몇몇은 시리아의 무장괴한들을 피해 안전한 곳을 찾다가 영국으로 도망쳐 왔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가난한 자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산 채로 불에 타 죽었다.

 

이번 참사는 2차 대전 이후 런던에서 일어난 ‘최악의 인재’로 기록되었다. 슬픔은 분노로 바뀌어 반발이 거세지고 있고, 메이와 토리당을 향한 반정부 시위도 잇따르고 있다. 그렇다. 그렌펠타워의 주민들은 분노할 권리가 있고, 우리 모두 또한 그럴 권리가 있다. 시스템 그 자체를 지켜낼 준비도 되어있지 못한 이 시스템은 뒤집어져야 마땅하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 의해 운영되는 사회로 바꿔내야 한다. 우리 모두의 이익을 위하여.

 

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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