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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만의 협약,

얼마나 무의미한가

 

 

 

9면 기후협약_AFP 연합뉴스.JPG

 

 

 

20년 전, 1997년 12월 교토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국제협약이 이루어졌다. 교토의정서라고 불리는 이 협약은 체결 당시 미국 의회에서 95대 0으로 거부당한다. 결국 2001년 부시는 협약가입을 철회했다. 더욱이 미국 외에도 많은 국가가 참여했지만 협약은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2015년 파리에서 또 다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파리기후협약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2017년 트럼프는 이 협약의 탈퇴를 선언했다. 말 그대로 재탕이다.

 

날씨가 더워지고 비가 오지 않는 등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곳곳에서 늘어난다. 온난화의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는 대중의 요구는 점점 늘었다. 이런 요구가 있었기에 그나마 기후협약이라도 자본가정부가 마지못해 체결하게 되었다. 하지만 대중의 눈치를 본 자본가들의 약속은 언제든지 손바닥 뒤집듯이 파기될 수 있다는 사실을 트럼프가 한 번 더 보여줬다.

 

 

미국 우선 에너지 정책

 

“나는 파리가 아닌 피츠버그의 시민들을 대표하기 위해 선출되었다.” 트럼프는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발표하면서 디트로이트, 피츠버그 등 과거에 제조업의 중심이었던 지역을 언급했다. 보호무역을 통해 미국의 제조업을 다시 일으키겠다는 기치로 당선됐기에, 트럼프가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트럼프가 기후협약을 탈퇴하면서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은 미국 이익 우선이었다.

 

하지만 트럼프가 말하는 미국의 이익은 자본가의 이익이다. 특히 전통적으로 공화당을 지지해왔던 제조업, 석탄·석유자본가들의 이익이다. 트럼프와 공화당의 정책은 셰일가스를 비롯한 화석연료를 더 많이 생산해서 중동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기후협약에서 탈퇴하고 각종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이들에게 더 큰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첫 번째 행동이다. 이는 2001년 부시가 교토의정서 비준을 반대하면서 들었던 이유와 똑같다.

 

 

진짜 환상

 

트럼프 정부 그리고 2001년 부시정부가 손쉽게 협약을 뒤집을 수 있었던 것, 그리고 공공연하게 모든 국가가 이 협약을 지키지 않았던 것은 이 협약이 사실상 빈껍데기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교토의정서의 경우 2008년에서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후 협상과정에서 감축이 아닌 배출량 증가 최소화로 방향을 바꿔버렸다.

 

파리기후협약(지구의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도 이하로 제한)도 판박이이다. 겉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선언해놓고 중국, 인도, 러시아, 한국 등 여러 국가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의 증가를 용인받았다. 그들의 협약은 그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고 ‘각자 지킬 것을 알아서 지키자’는 약속일 뿐이다. 파기기후협약이 환경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환상이다.

 

자본가들 간의 협상으로는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자본가들의 이윤은 인간과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생산에 기반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위협으로부터 노동자대중의 생존을 지키는 것은 결국 무엇을 생산하고, 누가 생산을 통제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기후변화의 위협은 자본주의의 위협과 같은 말이다. 그 해결책도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방법 말고는 없다.

 

유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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