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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개를 펴는 미국 AT&T 노동자들

노건투 2017.06.15 20:15 조회 수 : 43

기지개를 펴는 미국 AT&T 노동자들

 

 

 

8면 at&t_cwa.jpg

사진_CWA

 

 


5월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미국 AT&T 노동자 40,000명이 파업을 벌였다.

이들은 1년 전 이맘때 45일간 파업을 벌인 버라이즌 노동자들과 같이 미국통신노조 소속이다.


 

지난해 미국 버라이즌 파업을 다룬 글에서 필자는 이렇게 썼다. “버라이즌 노동자들과 같은 시기에 파업에 들어갔던 캘리포니아의 미국통신노조 9509지부 AT&T 노동자는 이런 말을 남겼다. ‘만약 우리가 버라이즌 노동자들이 한 일을 되풀이해야만 한다면, 그렇게 할 겁니다. 제가 보기에 지난 수십 년간의 노동운동에서 가장 영웅적인 투쟁이었어요.’ 노동자투쟁에 대한 자부심, 자신감, 사명감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45일간의 버라이즌 파업: 잃은 것과 얻은 것>)

 

읽는 이의 관점에 따라 이런 서술은 억측이나 과장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파업을 바라보면서 미국 노동자들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멀리 떨어진 이 나라에서 정확히 포착하는 건 분명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뜻밖의 ‘소식통’이 버라이즌 노동자와 AT&T 노동자 간의 이심전심을 알려줬다.

 

“이번 AT&T 파업은 지난해 버라이즌 노동자들의 파업에 비하면 상당히 짧다. 그러나 버라이즌 파업은, 노동자들이 그간 회사가 내준 것보다 더 나은 조건을 획득함으로써, AT&T 노동자들도 파업에 나설 수 있도록 고무했다.”

 

이 보고는 미국의 어떤 노동단체 활동가나 사회주의자의 입에서 나온 게 아니다. 유서 깊은 부르주아 잡지 <포춘> 2017년 5월 20일자 기사의 결론이다.

 

 

죄어드는 자본가들의 손길

 

AT&T는 미국 제1의 통신업체이고 미국 10대 기업의 하나다. 여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짧게는 3, 4개월, 길게는 1년 이상 단협이 해지된 상태다. 교섭 분위기는 적대적이었다. 사측은 줄곧 매장 영업직과 콜센터 업무를 무노조 저임금 하청업체로 외주화했다. 2011년 이래 12,000명의 콜센터 일자리가 외주화됐다.

 

그들은 노동자의 의료보험료 자기분담금도 인상하려 한다. 반면 사측이 내놓은 임금인상안은 고작 2%. 매장 영업직의 경우 마음대로 수당체계를 바꿔서 오히려 연간 수백만 원의 임금손실을 강요하고 있다.

 

사측은 AT&T 노동자들이 평균연봉 7,000만 원 이상을 받는 고임금 노동자라고 분개한다. 하지만 AT&T CEO인 랜달 스티븐슨이 연봉 315억 원(2016년 기준)을 챙겨간다는 점에 대해선 입을 다문다.

 

그 대신 그들은 “무노조 회사들과의 경쟁이 점점 더 극심해지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낸다. AT&T가 무선사업부에 강력한 노동조합이 조직돼 있는 유일한 회사다 보니, 노조가 눈엣가시였을 테고, 어떻게든 무력화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외주화, 단협 해지, 실질임금 삭감 같은 공격이 끊이지 않았다.

 

 

계속 밀릴 순 없다고 여긴 노동자들

 

지난해에도 AT&T 노동자들은 버라이즌 노동자들의 파업과 비슷한 시기에 일부 지역에서 부분파업을 벌였다. 이번에는 전국적으로 동시에 파업을 조직했다. 3일로 한정된 일종의 경고파업인데, 조합원들은 93%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파업을 결의했다. 매장과 콜센터에서 일하는 무선사업부 노동자 21,000명, 유선사업부(전화, 인터넷, TV) 노동자 19,000명 등 총 40,000명이 파업에 동참했다.

 

관리자들은 징계 운운하며 위협했다. 파업 노동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하이오에서 일하는 조합원 애쉴리 힐은 이렇게 말한다. “파업에 참가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고용안정이 위협받고, 건강보험료도 30%나 올랐어요.” 워싱턴 조합원 아르눌포 소사도 한마디 했다. “내가 일하던 콜센터에선 400명 정도 일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150명밖에 없어요. 회사가 비용 면에서 효율적이라며 일자리를 외주화한 겁니다.”(미국 <소셜리스트워커> 인터뷰)

 

 

버라이즌 노동자들도 이들에게 힘을 줬다

 

파업 경험이 부족한 AT&T 노동자들, 특히 매장과 콜센터 노동자들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지역은 분위기가 달랐다. 뉴욕에선 지난해 역동적인 파업을 벌였던 버라이즌 노동자들이 나타나서 AT&T 파업에 활력과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그들은 피켓시위를 벌이는 법, 구호를 외치고 노래하는 법, 매장 손님들을 설득하는 법, 경찰을 다루는 법 등을 가르쳐줬다.

 

브루클린에선 버라이즌 노동자들이 AT&T 노동자와 연대하기 위해 점심시간을 이용해 함께 피켓시위를 벌였다. “나는 AT&T 동지들을 지지하기 위해 왔습니다. 우리가 작년에 파업을 했던 것과 똑같은 이유에서요.”(콜린 헐, <레이버노트> 인터뷰)

 

뉴욕 동부 퀸스에선 AT&T 노동자와 버라이즌 노동자들이 또 다른 파업 사업장인 스펙트럼 케이블 노동자들과 함께 공동으로 시위를 벌였다. 팀스터노조(트럭) 노동자들, 교사들, 간호사들도 AT&T 파업에 연대했다.

 

평균적으로 AT&T 매장이 크지는 않았기 때문에, 열댓 명 정도의 조합원들이 단호하게 막아서는 것만으로도 주말 매장 영업을 중단시킬 수 있었고, 관리자는 그저 매장 안에서 가만히 앉아있거나 스스로 문을 닫고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사측은 노동자들의 결의를 깎아내리기 위해 대부분의 매장이 정상적으로 영업했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말이다.

 

 

투쟁하면서 배운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고 했던 애쉴리 힐은 이번 파업에서 많은 걸 느꼈다. 그의 말은 이번 파업의 본질적인 성과를 아주 잘 요약하고 있다.

 

“나는 사람들의 가족과 아이들에 대해서 배웠고, 희망과 두려움을 배웠다. 파업을 해서 쟁취하려는 게 뭔지, 파업을 계속하는 이유도 배웠다. 가장 중요하게는, 연대를 배웠다. 우리 모두가 승리하기 전까진 누구도 진정으로 승리한 게 아니라는 걸 배웠다.”(미국 <소셜리스트워커> 인터뷰)

 

이렇게 투쟁하며 배우는 AT&T 노동자들이라면, 부르주아 잡지 <포춘>의 직감처럼, 또 다른 노동자들에게 투쟁의 용기를 심어줄 것이다.

 

오연홍 노동자운동 연구공동체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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