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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강요된 선택지에서 벗어나기

노건투 2016.04.10 12:20 조회 수 : 619

기고

강요된 선택지에서 벗어나기

 

 

 

미국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벌어진 보호무역 논란은 장기 대불황 시대에 노동자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라는 중요한 문제를 제기한다.

 

보호무역 선동을 주도하는 두 축이 있다. 한 축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다. 그는 일자리와 집을 잃고 임금을 삭감당해 온 노동자들의 분노에 불을 붙이면서 자유무역을 고통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트럼프의 지지율이 빠르게 상승하자, 공화당의 다른 유력 대선후보인 테드 크루즈도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보호무역 선동에 뛰어들었다.

 

이런 흐름의 또 다른 한 축은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선 버니 샌더스다. TPP를 포함한 자유무역체제에 줄곧 반대했던 경력을 내세우면서 그는 공장폐쇄와 실업의 망령에 시달려 온 노동자들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샌더스는 선거캠페인이 진행되는 내내 미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키는 게 최우선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갈팡질팡하는 지배계급

 

이런 양상은 그간의 미국 지배체제 판도를 상당히 뒤흔드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자유무역을 지지해 왔던 공화당 주류세력은 트럼프의 약진 때문에 아주 곤혹스러워 한다. 공화당 안에선 트럼프를 낙마시키려는 계획이 공공연하게 회자된다. 거물 자본가들은 아주 위험스럽다”, “정말 어리석은 짓”, “개똥 경제학같은 표현을 동원하며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민주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바마가 TPP의 성과를 홍보하느라 애쓸 때, 힐러리 클린턴은 자동차 원산지규정 강화 같은 보호무역 방안으로 산업노동자의 환심을 사려고 애쓴다. TPP 체결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게 바로 자신이었으면서 말이다.

 

실제로 자유무역이 미국 노동자의 처지를 악화시킨 주범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체결된 1994년 이후 지금까지 20여 년간 미국 제조업 일자리가 30% 줄었다고 한다. 1998~2013년 사이에 제조업에서 530만 명, 그 연관산업에서 740만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그런 노동자들에게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가 우선이라는 보호무역 구호는 강력한 호소력을 지닐 법하다.

 

실업의 불안과 가난에 시달리고 싶지 않은 노동자들의 열망은 아주 정당하다. 그런데 일자리가 줄어든 책임은 지속적으로 이윤율이 하락하며 동력을 상실해 가는 전 지구적 자본주의 경쟁체제에 있는 것이지, 값싼 임금으로 착취당하는 중국과 멕시코 노동자들에게 있는 게 아니다. 자유무역이 아니라 자본주의가 범인이다.

 

 

 

7면 보호무역-샌더스와 프럼프의 정치성향은 꽤 다르지만, 이들이 공통으로 제기하는 보호무역주의는 노동자들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사진_AP.jpg

 

샌더스와 트럼프의 정치성향은 꽤 다르지만, 이들이 공통으로 제기하는 보호무역주의는 노동자들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사진_AP)

 

 

 

저들이 내민 선택지에 우리의 답은 없다

 

보호무역 선동은 미국 노동자들을 중국이나 멕시코 노동자들과 의식적으로 분열시키는 결과를 낳으며, 노동자들 사이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이 자라나지 못하게 막는 손쉬운 방편이다. 보호무역 선동에 휘말리면 노동자들은 결국 폐쇄된 울타리 안에서 자본가들이 던져 주는 빵부스러기에 매달리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국적에 따라 분열된 채 우리 일자리를 위해 다른 나라의 노동자들을 적대시하며, 자본가들이 벌이는 경제전쟁의 총알받이로 동원될 뿐이다.

 

자유무역도 보호무역도 노동자의 답이 아니다. 촘촘하게 얽혀 있는 국제적인 연결망 속에서 노동자들은 거대한 부를 생산해 낸다. 이 능력을 오직 이윤 극대화를 위해서만 사용하고 폐기하는 자본가들의 지배체제가 노동자의 삶을 망치고 있다. 이 체제를 걷어 낸다면, 노동자들은 한층 더 효과적으로 국제적 협력을 증진하며 자본주의가 강요했던 불안과 가난을 떨쳐 낼 수 있다.

 

오연홍 노동자운동 연구공동체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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