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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허울 좋은 반값등록금

노건투 2016.12.14 19:40 조회 수 : 106

허울 좋은 반값등록금

 

 

 

8면 학자금 대출.jpg

 

이 글은 참가자들로부터 호응을 받았던 촛불집회 자유발언을 보완해서 작성한 것이다.

 

 

 

좋은 조건의 대출

 

4년 전, 학자금 대출을 받을 당시의 심정은 ‘울며 겨자 먹기’였다. 재산과 소득분위가 기준을 초과한다는 이유로 국가장학금은 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몇 백 만 원의 등록금을 마련할 집안형편은 되지 않았기에 대출을 받아야만 했다. 3%대의 저리이며, 취업 후 연간 1,800만 원 이상을 벌면 갚는다는 꽤나 좋은(?) 조건이었다.

 

 

뒤통수

 

무리한 대학생활을 관두고 노동자로 살고 있는 필자는 지난달 직장을 잃었다. 당장 끊긴 생활비에 새 직장을 찾아 헤매는 와중에 우편물을 하나 받았다. 바로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지 않으면 장기미상환자로 지정해 재산을 조사하여 징수하겠다”는 통보였다.

 

1년간 1,800만 원 이상을 벌어본 일이 없었기에 전화해서 사정을 따져 물었더니, “소득과는 관계없이 졸업·제적 후 3년 내에는 상환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저리’라서 혜택이라던 이자는 복리로 계산되어 한 학기에 수십만 원씩 붙어 있었다. 힘이 쭉 빠졌다.

 

 

수많은 이들도 마찬가지

 

지난 대선 때 시민들은 박근혜의 공약 중 ‘반값등록금’을 가장 지지하는 공약 세 번째로 꼽았다. 정부는 ‘국가장학금’과 ‘학내근로사업’을 교묘하게 포장해 “반값 등록금을 실현했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조차도 수혜자 수는 신청 대상자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1년 등록금 천만 원이 자연스러운 시대에 1인당 연간 최대 지원액도 480만 원에 불과하다. 정부 정책이 허울뿐이다 보니 전체 학자금 대출 잔액은 2011년에 비해 2배가 증가해 12조 원에 육박했다.

 

 

나아진 것은 무엇인가

 

대학생들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은 맘 놓고 공부하기는커녕 다음 학기에도 받을 수 있을지 걱정한다. 여전히 빚쟁이가 되어가고 있으며, 치열한 경쟁률의 ‘근로장학생’이 되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 정부가 매년 장학사업에 사용했다는 4조 원은 학생들의 소득분위를 조사해 장학금 대상자인지 아닌지 가려내는 직원들에게 돌아갔을 것이라는 냉소는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우리가 진짜 원하는 것은

 

등록금 부담에 우울한 대학생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학비 압박에서 벗어나는 것’, ‘질 높은 교육을 받는 것’, ‘안정적인 미래가 보장되는 것’이다. 이러한 바람이 실현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국가장학금’ 따위의 무늬뿐인 제도 개선이 아니리라. 이미 돈벌이 수단이 돼 버린 대학교육을 전면 공공화해 배우는 이들에게 비용부담을 떠넘기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대학 수업의 상당 부분을 맡고 있는 시간강사들을 ‘정규직화’해 강사들의 삶의 질도 높이고 수업의 질도 높여야 한다. 그리고 어두운 미래에 우울한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불안정한 비정규직 일자리가 아니라 삶을 꾸려가기에 부족함 없는 안정적인 일자리다.

 

권오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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