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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학생의 투고

우리는 ‘하야 클럽’… 열심히 뛰며 ‘박근혜 하야’를 목 터져라 외쳤다

 

 

 

 

4면 창원투고_포커스뉴스.jpg

사지니_포커스뉴스

 

 

 

지금은 11월 21일(월요일) 새벽 네 시 십칠 분, 나는 부산 친구네 집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1시간 후 해가 뜰 무렵에 처음으로 지하철 첫차를 타고 사상터미널로 가 진주에 있는 학교로 등교할 것이다.

 

지난 금요일부터 오늘까지 모두 합쳐 8시간 남짓 잔 것 같다. 하루에 그만큼 자는 나로서는 기적에 가까운 현상이기에 점점 정신이 혼미해지며 내려오는 눈꺼풀은 무겁지만, 지금 기록하지 않으면 이 생생한 감정들이 흐트러질까 봐 가까스로 붙잡아본다.

 

지난 토요일, 국정교과서가 실행되지 않는다면 역사로 기억될, 아니 실행되더라도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 각인될 11월 12일 민중총궐기 그 한가운데에 내가 있었다.

 

본 행진 전에 열리는 여러 사전행사 중 청소년 시국대회에 참여하기로 했다. 단정하게 교복을 차려입고 창원-서울까지 7시간을 달려 도착한 탑골공원에는 기존 예상인원 400명의 10배가 넘는 4,000명이 운집해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은 목소리로 ‘박근혜는 하야하라’, ‘청소년이 주인이다’와 같은 구호를 외쳤다. 거기서 느껴지는 에너지는 엄청났다.

 

사전에 내가 활동하고 있는 ‘국정교과서반대 경남청소년네트워크’를 공동주최로 올리며, 20명의 청소년들과 함께 선언문을 낭독하기로 했기에 뒤에서 대기하다가 연단 위로 올라갔다. 아 - ! 이때의 느낌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하지 않을까. 우리의 한마디 한마디에 함성을 지르고 공감하고 마땅히 분노하는 그 수많은 눈빛을 본 순간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여러 차례 시도해 보았지만 나의 짧은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시국대회를 끝내고 행진을 하는데 마이크를 잡은 사회자가 거리의 시민들에게 ‘여러분, 지금 청소년들이 행진하고 있습니다. 응원해 주십시오!’ 하자 ‘와!!!!’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화장실 줄을 기다리며 친구와 이야기하던 중엔 어떤 아주머니가 수고한다며 간식이라도 사먹으라며 만 원을 쥐어 주셨다.

작년 국정교과서 반대 시위를 할 땐 종북빨갱이란 소릴 들었는데…. 조금 씁쓸해지면서도 응원해 주는 그 목소리가 반가웠다.

 

바위처럼, 세월호 노래 등과 같이 알려진 노래 외에도 센스 있게 개사한 노래가 많이 울려 퍼졌다. 우리는 ‘하야 클럽’이라면서 열심히 뛰며 ‘박근혜 하야’를 목이 터져라 외쳤다. 그리고 지금 목소리가 안 나온다. 아프다.

 

온 거리에는 정의를 외치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청소년, 청년, 노동자, 장애인, 성소수자, 세월호, 여성, 농민 모든 계층이 모여 어우러졌다. 나는 청와대 에워싸기 행진 때 노동자 대열에 합류했는데 우리가 ‘박근혜!’를 외치자 스쳐 지나가던 대학생들이 우리와 눈짓을 마주하며 ‘하야하라’를 외쳤다.

 

서로 다르다고 생각했던 집단이 하나 되어 모이고 같이 행동한다는 것은 큰 울림으로 다가왔고, 박근혜가 ‘국민대통합’이라는 그 공약 하나는 지켰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려오는 차 안에서 집회참여자가 100만 명이 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빛나는 경복궁을 배경으로 수십만 명의 시민들이 광화문에 모여 있는 사진과 함께였다. 촛불 물결이 감동적이고, 이 날의 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평화적인 집회로 과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인가(비폭력 프레임), 하야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한계가 남는 시위였지만, 전 국민적인 참여를 일으켰다는 점에서 분명히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

 

나는 정의를 외치는 사람이 바보가 되지 않는 세상에 살고 싶다. 십대 시절을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세월호 세대라 이름 붙여진 우리가 기성세대가 되었을 때는 지금보다 훨씬 나아진, 그래서 그 다음 세대는 누군가에 의해 이름 붙여지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 행동했노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홍수경 국정교과서반대 경남청소년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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