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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파열-창원대에서 불붙은 촛불

 

 

 

8면 창원대 촛불.jpg

창원대 촛불

 

 

 

11월 5일, 주최 측 추산 20만 명이 광장에 모여 ‘박근혜 하야’를 외쳤다. 어딜 가도 최순실 얘기, 박근혜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미조직 사업장인 내가 일하는 곳에서도, 관리자며 사장까지도 새누리당을 욕하고 권력의 부패에 대해 한마디씩 보탠다. 우리 동네에서 주말에 있었던 촛불집회에 대해 얘기하고 민중총궐기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청와대와 한참 멀리 떨어진 지방에서도 수도권 집회의 열기가 넘실거리며 전해지는 요즘이다.

 

지지율이 10%(리얼미터 11월 1주차 통계)까지 전락한 가운데, 젊은 층의 분노도 상당한 것으로 집계된다. 20대의 박근혜 지지율은 1.6%로 정말 ‘바닥’을 쳐서 기고 있다. 최순실 사태가 터진 후 서강대, 이화여대, 부산대, 고려대 등 100개를 훨씬 넘는 대학교 혹은 대학생 단위에서 시국선언을 했다. 그런데 이 물결 가운데서도 경남의 대학가는 조용했다. 심지어 10월 31일 <경남도민일보>엔 그것을 안타까워하는 기사가 날 정도이니 말이다.

 

 

새로운 경험의 시작

 

그런데 며칠 전, 11월 2일 창원대학교에서 작은 파열이 일어났다. 끝까지 촛불집회 자리를 지킨 사람과 잠깐 머물렀다가 발언을 하고 혹은 촛불에 참여했다가 지나간 인원까지 포함하면 거의 100명에 달하는 창원대학생, 대학원생, 청년노동자, 고등학생이 함께 박근혜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외친 것이다.

 

이날 집회는 정해진 형식이나 대표성을 가진 누군가의 발언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방식이 아니라, 참여와 자율로 채워졌다. 집회에 나와 발언해본 경험이 없는 참여자들은 긴장하고 망설이기도 했지만, 하나둘 자신의 속에 있는 이야길 하다 보니 나중에는 한번에 두세 명이 손을 들어 순서를 정해 발언하는 분위기까지 만들어졌다.

 

현재 대부분의 보도와 정치권의 문제제기는 거의 박근혜와 최순실의 관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중의 분노도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어떻게 선출된 국민의 대표를 좌우해서 잘못된 정책을 관철시켜 왔냐는 데 맞춰져 있다.

 

창원대 촛불에서도 그런 얘기가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여태까지의 사회질서에 익숙해져 있고 그 질서가 합리적일 것이라 믿어온 보통의 학생, 노동자의 시선으로 봤을 때 충분히 화날 만하고 화내야 마땅한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대중의 목소리 안에는 근본적으로 정당한 이유 없이 누군가는 엄청난 특권을 누리고, 다수의 노동자민중은 끊임없이 발버둥쳐도 허덕거릴 수밖에 없는 삶의 고통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는 것이고, 이것을 해결해서 평화로운 일상과 행복한 생활을 꾸리고 싶은 열망이 담겨있다고 보인다.

 

그러기 위해서는 박근혜 퇴진 이후가 더 중요하다. 박근혜는 꼭두각시고, 정해진 각본대로 연극하는 무대 위 배우일 뿐이다. 한때 선택됐던 이 배우는 이제 선택한 자들에 의해 버려지는 상황이다. 각본을 쓰는 자들은 또 다른 박근혜를 찾아다닐 것이다. 그렇지만 만만치 않은 과정이 될 것이다. 관객들은 또 다른 박근혜라는 저들의 결말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은 바뀐다 – 우리가 행동하는 만큼

 

이번 민중총궐기에는 100만이 모이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들려온다. 우리가 정말 박근혜를 퇴진시킬 수 있을지,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얼마나 만들지는 아직까지 확신할 수 없다. 다만, 지배받는 이들이 크게 뭉쳐 이만큼 큰 목소리를 내고 더 나은 세상을 요구했더니 지배자들도 우리를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것은 확인되고 있다.

 

박근혜 퇴진으로 시작하는 이 투쟁이 많은 사람에게 변화와 자신이 역사의 주인임을 경험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이 경험이 앞으로의 세상을 우리 세상으로 만들어가는 동력이 될 것이다.

 

창원대 촛불에 나온 한 학생의 발언을 인용하며 마치겠다. “민중의 역사가 지금 우리가 실천했기 때문에 이만큼 변했다. 하지 않았으면 바뀌지 않았겠지만 우리가 직접 행동해서 조금이라도 변화를 만들고 좋은 결말을 만들어 냈다는 평가를 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이번 시국에서 뒤에서만 바라보지 말고 함께할 수 있는 행동을 만들면 좋겠다.”

 

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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