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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삼성중공업 하청노동자, 골리앗 상대로 싸움 시작하다

 

 

 

3면 삼성중공업 하청.jpg

 

 

 

삼성중공업 사내하청 ㈜천일기업은 7월 18일 일방적으로 폐업을 통보했다. 설마 했던 노동자 260여 명에게는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폐업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우선 해결해야 할 27억여 원의 임금과 퇴직금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은 제시된 게 없다. 오히려 노동자 월급에서 이미 공제한 5~6월분에 대한 사회보험료 2억여 원이 체납돼 있었다.

 

삼성중공업에서 12년 동안 해양 배관업을 해온 천일기업은 직원들의 피땀 어린 노력의 결과 동종업체에서 인정받는 탄탄한 입지를 구축해왔고 작업물량 또한 충분히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천일기업 대표는 회사 돈을 마치 자기 돈인 양 건설업에 투자해 20여억 원의 손실을 보았을 뿐만 아니라,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직원들의 월급은 삭감하면서도 대표 아들(28세)인 총무의 월급을 300만 원에서 800만 원으로 인상하는 납득할 수 없는 행태를 보여주었다.

 

 

행동에 나선 천일기업 노동자

 

체불임금과 퇴직금 지급을 요구하며 기다려 왔지만 회사도, 원청도 차일피일 시간을 끌며 해결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하청노동자 150여 명이 ‘비상대책위’를 구성해 해결방안을 스스로 찾아나섰다.

 

그러자 원청은 문제해결에 나서기보다 서둘러 다른 업체로 취업을 알선하며 노동자를 분리시키는 데 급급했고 천일기업 대표는 자금마련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더 이상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판단한 천일기업 노동자들과 ‘거제 통영 고성 하청노동자 살리기 대책위’는 지난 8월 17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곧바로 삼성중공업 정문 앞에서 120여 명이 집결해 무기한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10여 명을 제외하고 노동자 대부분 현장에서 일하고 있어 회사로부터 온갖 회유와 압박을 받으면서도, 8월 29일 현재 13일째 흔들림 없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가족과 연대의 힘!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날수록 위축되거나 이탈자가 생기기는커녕 오히려 한 명 두 명 농성에 참여하는 숫자가 늘어가고, 지역 노동자와 시민단체 그리고 각 정당의 지지 연대가 확대되면서 투쟁 열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8월 26일에는 유모차에 아기를 태운 주부 그리고 10대, 20대 자녀를 앞세운 엄마들까지 가족들이 함께 참여해 촛불집회와 가두행진에 나서, 거제 시민들에게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절박한 상황을 알리고, 함께 나서주기를 호소하기도 했다.

 

 

책임져야 할 원청의 수수방관과 인권유린

 

하청회사 대표의 부도덕하고 방만한 경영이 폐업의 주요 원인이긴 하지만, 그동안 무리하게 기성금을 삭감해 하청회사의 경영을 위태롭게 하고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원청에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원청인 삼성중공업은 여전히 나 몰라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농성에 참여하고자 하는 노동자들에게 갖은 방법을 동원해 회유와 협박을 일삼고 있다.

 

더구나 8월 24일에는 임시로 땡볕이라도 가리기 위해 천막을 치는 과정에서, 원청 인사과장 이라는 자가 천일기업 노동자를 향해 “완전 쓰레기네”라는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해 평소에 하청노동자들을 어찌 생각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승리할 수밖에 없는 분명한 이유

 

각자 해결하겠다고 흩어져 있으면, 그래서 안 되면 나 혼자 포기하면 그만이라 생각했으면 더 이상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집단적으로 뭉쳐 해결하려고 시도했기에, 주변의 하청노동자 살리기 대책위와 시민단체 그리고 정당까지 즉각적으로 지원에 나섰고 이제 전국의 언론과 지역여론의 지지를 받아 유리한 입장에서 싸울 수 있게 되었다.

 

혹시 나중에 있을지 모르는 ‘블랙리스트’에 의한 취업방해 문제까지 선제적이고 공개적으로 제기했고, 이중 삼중의 감시장치를 마련해 취업방해 시도를 원천 봉쇄할 수 있는 길을 터놓기까지 했다.

 

체불임금과 고용불안은 노동자 생존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그 가족의 생계까지 위태롭게 하는 반인륜적 문제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뼈 빠지게 일한 대가를 달라고 하는 것이 정녕 무리한 요구인가! 처진 가장의 어깨를 바라보는 가족의 애처로운 눈빛을 언제까지 외면하려 하는가. 원청인 삼성중공업은 천일기업 사태의 근본적이고 최종적인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빠르게 나서야 한다.

 

김동성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준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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