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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세계의 주 35시간 도입은 정말 ‘신세계’인가?

 

 

 

8면 신세계_마트노조.jpg

사진_마트노조

 

 

 

신세계 그룹이 2018년 1월부터 하루 7시간,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주 35시간제에 맞춰 밤 11시, 12시로 돼 있는 이마트의 폐점시간도 내년부터 밤 10시와 11시로 1시간씩 당기겠다고 발표했다. 노동시간을 단축하면서도 기존 임금을 그대로 유지하며, 이에 더해 매년 정기적으로 시행되는 임금인상은 추가로 진행하겠다고 한다. 일단 신세계는 신세계푸드 같은 생산직 공장은 주35시간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그 외에도 여기엔 많은 함정이 있다.

 

 

함정 1- 노동강도 강화

 

가장 큰 함정은 노동강도 강화다. 마트는 하루에 해야 할 일의 총량이 거의 정해져 있는데 인력충원이 없이 8시간에 하던 일을 7시간에 처리하려면 노동강도는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마트는 1조와 2조 교대시간이 겹치는 즈음 ‘중간조’를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 1, 2조만으로는 매장에서 처리해야 할 일을 다 못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7시간으로 줄어들면 중간조가 더 필요해진다. 그런데도 신세계는 인력충원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마트노조 분석 결과 152개 이마트 점포 기준 직고용 인원은 2015년 12월 2만8,178명에서 2016년 11월 2만6,875명, 2017년 11월 2만5,779명으로 2년 새 2,399명이 줄었다. 그 사이 이마트 노동자들은 높아진 노동강도 때문에 신음하고 있다. 신세계는 제대로 된 인력충원은 없이 스텝(초단시간 아르바이트)을 늘리기만 했을 뿐이다. ‘고용 없는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자들에게 밥 먹을 새도 없이 일하란 얘기와 다름없다.

 

 

함정 2 - 총액임금 삭감

 

올해 이마트 무기계약직은 시급 6,980원을 받는다. 주당 40시간 근무, 월 소정근로시간 209시간을 기준으로 한 달 임금이 145만8천 원이다. 노동자들은 정말 살인적인 저임금을 받고 있다. 그런데 내년에 주당 35시간을 일했을 때 소정근로시간은 183시간으로 줄고, 임금은 158만2천 원이 된다.

 

즉, 신세계는 최저임금인상으로 높아질 임금 총액을 상대적으로 낮추는 효과도 거둘 수 있는 것이다. 노동시간을 한 달 209시간(하루 8시간)에서 183시간(하루 7시간)으로 26시간 줄이면, 월 급여를 대폭 늘리지 않아도 법정 최저임금 선을 충족하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이런 방식으로 최저임금인상 효과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이미 이마트는 2016년 12월 성과급의 일부를 고정수당인 능력급으로 녹여 최저임금인상 효과를 무력화시킨 적이 있다.

 

폐점 시간 1시간 단축으로 야간노동수당도 줄일 수 있다. 올해부터 밤 11시로 폐점 시간을 앞당긴 이마트 동인천점의 경우 마트 폐점을 맡은 직원이 받는 야간수당이 9개월 기준 149만 원가량에서 44만 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퇴직금 인상률도 자동으로 감소한다.

 

 

함정 3 - 허울뿐인 정규직화

 

이마트는 파트타임 노동자 1천여 명의 정규직 전환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그런데 정확히 말해 이것은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 무기계약직 전환이다. 이마트는 2007년에 5,000여 명, 2013년에 만여 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서 정규직 전환이라고 사기 쳤다.

 

지금 이마트에서 2만 명이 넘는 노동자가 무기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계산, 진열 등을 맡는 현장 직원은 ‘전문직’이라는 별도의 직군으로 묶여 있고 시급은 겨우 6,940원이다. 승진 기회와 복리후생, 급여체계에서 극심한 차별을 겪고 있다.

 

 

진정한 노동시간 단축의 열쇠는 노동자 스스로의 투쟁

 

신세계는 지난 2년 동안 각종 휴직제도 도입과 이마트·백화점 영업시간 단축 실험 등을 통해 ‘재무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여부를 검토한 후 35시간제 도입을 결정했다고 애기했다. 결코 자신들의 이윤은 손해 보지 않는다는 얘기다. 방법은 바로 노동강도 강화와 임금 총액을 상대적으로 낮추는 방법이지 않겠는가?

 

노동시간 단축으로 노동자의 삶이 진정으로 개선되려면 노동강도가 강화되지 말아야 하고, 임금총액이 삭감되지 말아야 한다. 대대적인 인력충원과 임금인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자본가들은 오직 이윤만을 위해 이걸 필사적으로 가로막는다.

 

노동자 스스로의 투쟁만이 이 벽을 뚫을 수 있다. 나아가 자본가들이 소유권을 틀어쥐고 있는 이 체제를 뒤엎고 노동자계급이 생산수단을 장악해 계획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 전진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본가들은 노동강도 강화, 임금 삭감 등 수 백 가지 방법으로 노동시간 단축의 효과를 무력화하려 할 것이고, 노동시간 단축은 필연적으로 악순환의 고리에 걸려들기 때문이다.

 

이용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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