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본문시작

[서평 ] 레닌의 '무엇을 할 것인가?'

노건투 2017.12.13 14:31 조회 수 : 124

 서평

레닌의 <무엇을 할 것인가?>

 

 

 

7면 서평 왓.jpg

 

 

 

레닌은 <무엇을 할 것인가?>에 “우리 운동의 절박한 과제들”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그가 주목한 절박한 과제란 러시아에서 혁명가조직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였다. ‘혁명정당이지만 혁명을 만들어내는 정당은 아닌’ 당을 원했던 카우츠키와는 달리, 레닌은 “우리에게 혁명가조직을 달라, 그러면 우리는 러시아를 뒤엎어버릴 것이다!”라고 대담하게 외쳤다.

 

물론 <무엇을 할 것인가?>를 쓸 무렵 레닌이 직접 카우츠키를 겨냥하진 않았다. 그는 러시아 내의 경제주의, 즉 자생성에 굴종하는 경향을 겨냥했다.

 

 

자생성에 굴종하기

 

불완전하고 결함이 있더라도 노동자들이 어떤 행동에 자발적으로 나선다는 건 좋은 일이다. 노동자들이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와 정치적 억압에 맞서 하나의 계급으로 단결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레닌은 무엇을 비판한 것인가?

 

‘객관적 조건’에 기계처럼 얽매인 경제주의자들은 “현재의 조건에서 노동자들이 감행할 수 있는 투쟁만이 바람직한 투쟁이고, 현재 노동자들이 감행하고 있는 투쟁이 유일하게 감행할 수 있는 투쟁”이라는 주장으로 미끄러졌다. 경제주의자들은 “결함을 미덕으로 간주하고 자생성에 대한 노예적 굴복을 합리화하기 위한 이론적 근거를 만들어내려고까지 시도”했다. 그럼으로써 “작은 불행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 엄청난 불행으로” 되어버렸다.

 

왜 그것은 ‘엄청난 불행’이 됐을까?

경제주의자들 말마따나 “혁명가들(이스크라 세력)이 노동대중에게 ‘억지로 떠맡기려’ 하는 광범하고 전투적인 정치적 과제를 아직 노동대중 스스로 제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회피하거나 머뭇거린다면, 따라서 “발걸음을 맞추시오! 앞서서 나가지 마시오!”라는 구호를 행동지침으로 삼는다면, 사회주의자들의 목적의식적인 과제는 희미하게 사라져갈 것이다. 자기 과제를 잃어버린 사회주의자들은 당연히 존재가치도 잃게 된다.


 

혁명가조직

 

노동자들이 이미 투쟁을 시작하는 상황에서, 그 투쟁을 더 멀리 전진시키기 위해 사회주의자들이 적극적이고 선도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역할이란 곧 노동자들이 “스스로 제기”한 것을 받아 적고 따라다니는 “노동조합 서기”의 역할로 축소된다. 그에 따라 경제주의자들의 관점대로 “가능한 투쟁이 바람직한 투쟁이며, 가능한 투쟁이란 특정 시기에 진행되고 있는 투쟁”이라는 시각이 번성하게 된다.

 

이런 시각을 수용한다고 가정해보자. 과연 우리에게 혁명가조직이란 게 필요할까? 오히려 혁명가조직이란 불필요하거나 거추장스러운 것으로 여겨지고, 혁명가조직의 규율은 불편하고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지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혁명가조직을 건설해야 한다는 과제에 대한 자각도 자연스럽게 희미해지지 않을까?

 

레닌은 이런 퇴행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 시기는 다름 아니라 혁명적 노동자당의 골격을 세우고 살아있는 조직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후 이스크라 경향이 승리한 뒤로는, 레닌은 <무엇을 할 것인가?>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과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주의에 맞선 투쟁에서 기초를 놓은 혁명적 관점은 이후 멘셰비키에 맞선(그리고 볼셰비키 내에서도 나타난 기회주의적 일탈에 맞선) 매번의 투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무엇을 할 것인가?>에는 그런 투쟁을 승리로 이끈 레닌의 원칙과 정신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한국에서 혁명가조직 건설이라는 과제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사회주의자들에게, 레닌의 <무엇을 할 것인가?>는 여전히 단단한 디딤돌이다.

 

오연홍 노동자운동 연구공동체 뿌리

 

 

* 큰따옴표 안의 문구들은 모두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 인용한 것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02 구조조정 저지 투쟁 힘 모아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 저지 투쟁으로 ! 대학 청소 경비 시설 노동자투쟁 file 노건투 2018.01.19 56
901 [서평] '위장 취업자에서 늙은 노동자로 어언 30년 - ‘내부자’의 눈으로 본 대기업 정규직 노조와 노동자' 노동조합의 생래적 한계,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file 노건투 2018.01.12 99
900 [영화평] 영화 '1987' 1987년의 한 단면만, 그것도 약간 뒤틀리게 보여준 영화 file 노건투 2018.01.11 81
899 제천 화재 참사는 자본주의 참사 file 노건투 2018.01.11 60
898 “딱 1년만” … 믿어 달라고? file 노건투 2018.01.09 69
897 우리는 “노동자는 하나”라는 정신을 지켜야 했다 온수역 비정규직노동자 사망 사고에 대한 정규직노동자의 반성 file 노건투 2018.01.08 56
896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사망 사고 인력확충이 없다면 참사는 되풀이될 것이다 file 노건투 2018.01.05 44
895 극심한 세계 불평등 왕회장들은 배 터지고, 노동자들은 배가 등에 붙고 file 노건투 2018.01.04 69
894 누구를 ‘케어’해 주나- 문재인 케어 file 노건투 2017.12.27 31
893 신세계의 주 35시간 도입은 정말 ‘신세계’인가? file 노건투 2017.12.26 51
892 1년에 18명의 타워크레인 노동자 죽이는 자본주의 살인체제 file 노건투 2017.12.22 40
» [서평 ] 레닌의 '무엇을 할 것인가?' file 노건투 2017.12.13 124
890 “저절로 생겨나는 기적은 없어요” 영화 '노마 레이' file 노건투 2017.11.30 58
889 정의당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에 엉거주춤 서 있는 file 노건투 2017.11.29 211
888 자본주의-낙태 유발자들 file 노건투 2017.11.28 88
887 트럼프 아시아 순방 결산 file 노건투 2017.11.28 39
886 자연재해의 위험을 수천 배 키우는 자본주의 시스템 file 노건투 2017.11.27 44
885 문성현의 노사정위 3단계 정상화 방안과 노동자운동의 과제 file 노건투 2017.11.24 62
884 불평등 - 문재인 정부가 절대로 해결할 수 없는 것 file 노건투 2017.11.16 55
883 다스 실소유주 논란 - 모든 기업기밀 철폐와 회계장부공개로 해결해야 file 노건투 2017.11.14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