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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절로 생겨나는 기적은 없어요”

영화 <노마 레이>

 

 

 

10면 노마레이.jpg

 

 

촛불항쟁으로 대통령은 바뀌었지만, 여러 곳에서 현장은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과연 노동자들에게 거대하고 강력한 단결로 자기 운명을 바꿀 저력이 있는지 회의할 수 있다.

 

1979년에 만들어졌지만 노동영화의 고전 반열에 오른 <노마 레이>는 이런 회의를 떨치고, 어떻게 노동자들을 조직해야 하는지를 잘 알려준다. 실존 여성 노동운동가 크리스털 리 조던의 삶과 투쟁을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는 평범한 노동자가 투철한 투사로 변해가면서,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던 노동자들을 시멘트처럼 단단하게 결속시키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소음과 먼지로 가득한 섬유공장

 

영화는 매우 보수적인 미국 남부 작은 도시의 한 섬유공장에서 기계가 처걱처걱 큰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남편과 사별한 뒤 아이 둘을 키우며 살아가는 31세의 싱글맘 노마 레이는 부모와 함께 이 공장에서 일한다. 어머니가 공장 소음에 시달려 갑자기 청력을 잃어버리는데, 의사는 “늘 있는 일이잖아”라고 말한다. 노마 레이가 “여긴 누구도 엄마 걱정해주는 사람 없어요”라고 말한 데서 알 수 있듯, 자본가들은 이윤 늘릴 걱정만 하지 노동자 걱정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래서 물가가 계속 올라도 임금은 그대로다. 먼지에 따른 폐병으로 죽은 노동자도 있다.

 

 

평범한 노동자에서 헌신적인 조직가로

 

“쉬는 시간 늘려 달라”, “생리대 자판기를 놓아달라” 등등 공장에서 ‘제일 말이 많은’ 노마 레이를 사측은 작업량 점검원으로 승진시켜 노동자를 통제하게 만든다. 그녀는 노동자들이 자신을 “(사측) 앞잡이”로 간주해 “아무도 대화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작업량 점검원 일을 때려치운다. 잠시 돈 때문에 동료를 외면했지만, 경험을 통해 깨닫고 돈 대신 동료를 선택할 용기가 있었던 것이다.

 

이런 노마는 어느 날 이 도시에 온 미국 섬유노조의 조직가 루벤의 영향을 점차 받으면서 동료들을 노조로 조직하기 위해 헌신적으로 나선다. 하지만 노조 건설 과정엔 시련이 많았다. 무엇보다 루벤과 노마가 열정적으로 호소해도 동료 노동자들은 한동안 적극 호응하지 않았다. 노마가 교회에서 노동자모임을 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하지만 목사는 차갑게 거절한다.

 

남편 서니는 노마와 루벤의 관계를 의심하고, 노마가 노조활동 때문에 가정생활에 불성실하다며 강한 불만을 터뜨린다. 노조 상층 관료들은 사생활을 문제 삼아 노마를 노조에서 배제하려 한다. 결국 회사는 노마에게 해고를 통보한다.

 

 

결단하고 단결한 노동자의 힘

 

해고에 맞서 노마가 결연하게 저항하자, 그동안 야만적 착취에 불만을 품어왔던 노동자들도 결단하고 기계를 하나씩 멈춰 세운다. 그리고 총회를 열어 찬성 427표, 반대 373표로 노조 건설을 결정한다. 이때 “노조, 노조!”를 열광적으로 외치는 노동자들의 눈빛과 몸짓에선 더 이상 노예로 살지 않겠다는 굳센 결의와 단결하면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찬 낙관이 뿜어져 나온다.

 

매우 수동적이었던 노동자들이 매우 적극적인 노동자로 180도 바뀐 모습은 ‘기적’과 같다. 하지만 그런 ‘혁명적 변화’는 한솥밥을 먹으며 함께 일해 온 800명의 노동자 속에 거대한 잠재력이 있었고, 노마와 루벤이 이런 잠재력을 믿고 끈질기게 분투했기에 가능했다. 영화 OST 가사처럼 “저절로 생겨나는 기적은 없다.”

 

박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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