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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재해의 위험을 수천 배 키우는 자본주의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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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수명 30년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가동되고 있는 월성 1호기는 포항 지진의 진원지로부터 불과 40㎞ 거리에 있다. (사진_연합뉴스)

 

 

 

지진은 숙의를 거쳐 오지 않는다

 

이번 포항 지진(진도 5.4)은 작년 경주 지진(진도 5.6)보다 진도에선 낮았지만 위력은 더 컸다. 경주 지진이 지표면 15km 깊이에서 발생한 반면 포항 지진은 4~9km 깊이에서 발생했고, 경주에선 강진 지속시간이 1~2초로 짧고 고주파수 진동이었던 반면 포항에선 중·저주파수 진동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지진피해는 저주파 진동에서 더 커진다. 화강암 등 암반으로 이뤄진 경주와 달리 포항은 퇴적암층이라 지진파가 증폭될 수 있다.

 

지진 후 흥해읍 일대에서 액상화 현상이 일어났다. 지진으로 지하수가 솟구치며 모래, 점토층과 뒤섞인 흙탕물이 분출되는 현상이다. 포항을 비롯해 부산, 울산 등 경상도 해안 일대는 수만 년간 퇴적물이 쌓여 땅이 형성된 연약지반이다. 이런 지반에서 액상화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바로 이런 곳에 핵발전소가 몰려 있다.

 

얼마 전 정부는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신고리 5, 6호기 건설 재개를 결정했다. 정부는 이를 ‘숙의민주주의’라며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공론화위원회는 노동자 민중의 의지를 실제로 대변할 수 없는 기구였고, 정부는 쉽게 책임을 떠넘겼다. 이번 지진은 그 숙의민주주의의 대가가 얼마나 위험천만한지 보여줬다. 설계수명 30년을 넘겼지만 여전히 가동 중인 월성 1호기 등 노후 핵발전소를 당장 폐기하고 5개의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중단시켜야 한다.

 

 

누가 고스란히 피해를 입는가?

 

포항의 한 마트에서는 지진이 일어나자 정규직은 퇴근시키고 비정규직은 늦게까지 청소를 시켰다. 포스코에서 일하던 하청노동자 상당수가 회사로부터 아무런 안내도 받지 못한 채 30분 이상 방치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자들에게는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작업을 멈출 권리가 전혀 없었다. 피해가 컸던 한동대는 안전모 지급도 하지 않은 채 비정규직 청소노동자에게 피해건물 잔해청소를 지시했다.

 

흥해읍은 진원지 인근인데다 내진설계가 안 된 낡은 주택과 저층 아파트가 많아 피해가 컸다. 이번 지진으로 1층을 주차장으로 만들고 2층부터 건물이 올라가는 필로티 공법으로 지은 건물의 위험성이 부각됐다. 건물 기둥이 엿가락처럼 휘어졌다. 그런데 서민들이 주로 거주하는 전국 도시형 생활주택 13,933단지 가운데 88.4%가 필로티 구조다.

 

 

노동자계급의 힘이 필요하다

 

작년 경주 지진과 이번 포항 지진으로 더 이상 한반도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원전 24기 중 21기에 규모 7.0의 내진설계가 적용됐다며 “포항 지진의 250배 와도 안전”하다고 떠벌린다. 하지만 해일이 닥쳤을 때 핵심시설 침수를 방지할 방수문은 아직 한 곳도 설치되지 않았다. 수소감지기도 월성 1∼4호기, 한울 1, 2호기엔 아직 설치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그저 이윤을 위해 핵발전소 건설을 강행하려는 자본가의 논리를 앵무새처럼 되풀이할 뿐이다.

 

수많은 노동자가 작업중지권도 없이 무방비로 재해를 겪는다. 가난한 사람들은 낡고 위험한 집을 떠날 수도 없고 고칠 수도 없다. 이 모든 것은 이윤을 우선시하는 자본주의 시스템과 관련이 있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자연재해의 위험을 수천 배 키운다. 더 늦기 전에 자본주의 시스템을 변혁할 수 있는 힘을 갖춘 세력이 나서야 한다. 바로 노동자계급이다.

 

이용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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