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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현의 노사정위 3단계 정상화 방안과 노동자운동의 과제
 

오지환 현대차 아산공장 노동자

 

 

 

5면 노사정위_청와대사진기자단.jpg

노사정위가 추구하는 목표는 명확하다. 비정규직과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을 볼모로 조직된 대기업 노동자의 양보를 강제함으로써 자본가들의 배만 불리겠다는 것이다.

(사진_청와대사진기자단)

 

 

 


얼마 전 노동계 초청 청와대 만찬 이후 문성현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은 이른바 ‘사회적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분주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언론을 통해서 아래와 같이 노사정위 3단계 정상화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 민노총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선 내년 1월 함께 대표자 회의를 갖고 노사정위 정상화 방안을 논의한다. 둘째, 정상화된 노사정위에서 확대 개편 방안을 다룬다. 셋째, 확대 개편된 노사정 회의를 갖는다.”(11월 10일자 <한국일보>)

또한 문성현은 노사정위 확대 개편 방향으로 양대 노총 외에도 중소 자영업자, 비정규직, 청년, 여성의 참여를 추진해서 명실상부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발족시킨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이렇게 시시각각 현실화되고 있는 노사정위 재개 움직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그리고 노사정위에 맞선 노동자 운동의 과제는 무엇인가? 


 

 

노조관료들의 환상

 

한국노총은 대통령이 참여하는 8자 논의 기구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사실상 노사정위 복귀를 선언했다.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노사정위 복귀 여부는 이미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현재 진행 중인 민주노총 임원선거운동에서도 노사정위 복귀를 둘러싸고 논쟁이 한창이다.

 

대다수 후보는 노사정위 즉각 재개 또는 국회가 참여하는 8자 논의기구로 개편 또는 지역별, 산업별 교섭 법제화 등을 전제로 사회적 대화에 찬성하고 있다. 즉 세부 각론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노사정 대화 복원에 동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다수 민주노총 상층 노조관료들이 이토록 사회적 교섭에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석호는 노조관료들의 심리를 아래와 같이 솔직하게 고백한다.

 

“노동운동은 산업정책에 힘을 쏟지 않았다. 스스로 배제했다. 자본주의 체제를 전복하기 위해 정부와 자본을 배제하겠다는 노동운동의 오랜 노선이 배경이었다. …정부만으로도, 재벌만으로도, 노동운동만으로도 답은 없다. 정책에 개입하면서 제도로 풀지 않고서는 답이 없는 문제다. 당장 성과를 내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머리를 맞댔다는 것만으로도 실마리는 될 수 있다. 경제와 일자리에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다.”(11월 13일자 <매일노동뉴스> 칼럼.노·사·정에 제조 4.0을 제안한다)

 

1990년대 초반 전노협으로 대표되는 노동자운동은 계급적 단결 및 전투적 투쟁, 자본주의 체제 변혁을 추구했다. 하지만 자본과 정권이 노동자 운동에 대한 탄압 일변도에서 벗어나 포섭전략을 본격화하자 타협주의 세력이 득세하기 시작했다. 대다수 노조 지도자들은 한석호의 말마따나 자본주의 체제의 전복 대신 자본주의 경제의 안정적 발전과 회사의 성장에 의존하면서 빠르게 노조관료로 변모했다.

 

투쟁으로 쟁취한다는 정신은 집회장의 화려한 연설에만 등장할 뿐, 실제로는 교섭에만 몰두하기 시작했다. 파업과 같은 노동자의 독립적 힘은 기껏해야 교섭의 압력수단 정도로 적절하게 통제했다.

 

이렇게 노동자운동이 계급적 단결투쟁 전망 대신 자본주의 체제에 순응하고 노사정 대화에 의지하면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1998년에 출범한 1기 노사정위는 정리해고제와 근로자 파견제 등 노동자를 죽이는 법안들만 양산했다. 많은 노동자들이 이 쓰라린 패배의 기억을 아직 잊지 않고 있다. 그래서 노조관료도 섣불리 현행 노사정위 복귀를 주장하지 못하고 겉으로는 마치 반대하는 척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이러저러한 방식으로 노사정위를 변형해서 화려하게 복귀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문성현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기때문에 노사정위 정상화 시점을 민주노총 임원 선거 이후로 잡고 연일 추파를 던지고 있다.

 

 

조직된 노동자 운동에 대한 공격

 

노조관료들이 노사정위를 모종의 계급 중립적 기구로 포장하고, 교섭에서 많은 실리를 따낼 수 있는 것처럼 환상을 조장하고 있지만 정권과 자본은 철저하게 자신의 계급적 이익을 관철시킬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 매일 매일 이데올로기 공격을 퍼붓고 있다. 최근 문성현은 노사정위가 추구할 방향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30년이 지난 지금 (대기업 노동자들의) 연봉은 충분히 올라갔지만 회사 울타리 바깥은 어떤가. 격차는 내 자녀의 문제다. 죽기 살기로 스펙 쌓아봐야 내 자식은 내 자리에 올 수 없다. 세대 간 연대를 생각한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의 노사합의는 내가 생각해오던 방향과 정확히 일치하는 합의였다.”(11월 17일자 <경향신문>)

 

문성현이 극찬한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정규직이 기본급의 1%를 출연하고 사측도 동일한 액수를 내놓아 협력업체 처우개선 등을 위한 상생기금을 조성했다.

비정규직 철폐,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접어두더라도 자본은 거의 아무런 손해도 보지 않은 채, 상생기금을 통해서 노사협조를 강화하고 비정규직 처우개선에 힘썼다는 명분을 얻었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SK 노사상생기금은 바람직한 노사문화로 칭송받았고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그런데 문성현은 노사 생생기금 따위를 전태일의 풀빵정신을 운운하며 사회적 연대로 포장하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노사정 대화가 아니라 자본과 정부에 맞선 노동자투쟁

 

결국 노사정위가 추구하는 목표는 명확하다. 비정규직과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을 볼모로 조직된 대기업 노동자의 양보를 강제함으로써 자본가들의 배만 불리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성현은 노사정위에서 양대 노총만이 아니라 비정규직, 청년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대변될 수 있도록 개편하겠다고 큰소리치고 있다.

 

자본가 계급의 한 분파에 불과한 문재인 정부가 마치 비정규직과 청년들의 진정한 대변자처럼 행세하고 있다. 이런 기막힌 현실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민주노총의 주력 부대인 대기업 노조들이 그동안 자신들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조합주의에 매몰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비정규직을 노조에서 쫓아내고 심지어 노조가입을 가로막는 부끄러운 짓을 서슴없이 자행함으로써 사회적 지탄의 대상으로 추락했다.

 

조직된 노동자들이 자기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제 비정규직, 청년에게 연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사회적 합의, 노사상생 따위의 기만술책을 뚫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비정규직 철폐, 실질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나누기와 같은 계급적 요구를 전면에 내걸고 자본가계급에 맞선 노동자계급의 사회적 전투를 준비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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