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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그들의 윤리 우리의 윤리'

노건투 2017.10.31 07:54 조회 수 : 172

서평 <그들의 윤리 우리의 윤리>
윤리를 정신적 족쇄가 아닌 노동자투쟁의 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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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노사정위를 통한 ‘사회적 대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민주노총은 노사정위 복귀를 거부하고 있다. 왜 그런가? 김대중 정부가 노사정위를 통해 정리해고제, 파견근로제를 밀어붙여 민주노총은 1999년에 노사정위를 탈퇴했다. 어용 한국노총조차도 박근혜 정부가 쉬운 해고, 취업규칙 변경 완화를 밀어붙이자 2015년에 노사정위를 떠났다.


이런 사례가 잘 보여주듯, 자본가정부가 주장하는 ‘사회적 대화’란 자본가계급이 자신들에게 매우 유리한 협상테이블에 노동자계급을 묶어놓고 무자비하게 공격하기 위한 ‘사회적 덫’일 뿐이다. 따라서 노동자계급의 입장에서 보자면, 노사정위라는 ‘사회적 덫’을 거부하는 것은 정의이며, 그 덫을 받아들이는 것은 불의다. 반대로 자본가계급의 입장에서 보자면, 노사정위라는 사회적 덫을 활용해 착취 강화 방안을 관철시키는 것은 정의이며, 그 덫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불의다.

 

 

윤리도 계급적이다
 

이처럼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불의인가 같은 윤리도 “계급적 성격이 있다”는 점을 <그들의 윤리 우리의 윤리 – 마르크스주의와 윤리>는 잘 밝혀준다. 윤리도 계급적이므로, 계급을 초월한 절대적 윤리가 존재한다고 믿으면 노동자계급은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못할 수 있고, 실천적으로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가령, 항상 “대화는 좋은 것”이라고 믿으면, 노사정위가 과거와 현재에 어떤 점에서 위험한 덫인지 분별하지 못해 덫에 쉽게 걸려들 것이다.


많은 노동자가 ‘대화만으로는 사장들에게 양보를 받아낼 수 없다’는 점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특히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투쟁 없이 쟁취 없다’는 진실을 몸으로 배워서 안다. 하지만 부르주아 언론방송은 노동자들의 투쟁을 빨리 해결해야 할 ‘분쟁’이라고 부정적으로 표현하며, 노동자들이 착취와 억압, 기만에도 침묵하고 있는 상황을 ‘(산업)평화’라며 긍정적으로 묘사하며 노동자들을 날마다 세뇌시킨다.

 

이처럼 자본가계급은 ‘노동자의 투쟁은 악, 침묵은 선’이라는 자신들의 윤리를 절대적 윤리로 만들고 있는데, 이런 정신적 족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노동자들은 자본가계급에 맞서 일관되게 투쟁하기 어렵다. 

 

 

목적과 수단의 변증법
 

위에서 알 수 있듯, ‘대화’처럼 얼핏 보면 매우 좋아 보이는 수단도 목적이 무엇인가에 따라 옳고 그름이 확연히 달라진다. 가령, 노동자의 단결을 위해 정규직이 비정규직에게, 한국 노동자가 이주노동자에게 따뜻한 대화를 건넬 때, 그 대화는 노동자계급에게 올바르며 계급적이다.

 

하지만 노조 관료가 노동자들의 파업을 가로막거나 파괴하기 위해 자본가들과 밀실에서 ‘대화’한다면, 그리고 노조 상급단체 관료들이 자신들의 출세를 위해 노사정위 같은 협상테이블에 들어가 자본가정부 관료, 자본가 대표들과 노동조건 개악을 놓고 흥정하는 대화를 한다면, 그 대화는 반노동계급적이며 반동적인 것이다.


이것은 거짓말처럼 얼핏 보면 나빠 보이는 수단도 마찬가지다. 최근에 신규노조들이 여기저기서 건설되고 있는데, 많은 경우 노조 건설 전에 비밀을 유지하는 것이 꽤 중요하다. 따라서 관리자가 “누구누구가 어떻게 노조를 건설하려 하는지 아느냐?”고 물어볼 때, 알아도 “모른다”고 딱 잡아떼는 것이 노동자에겐 숭고한 도덕이다. 반면 아는 대로 다 불어버리는 것은 동료 노동자에 대한 치명적 배신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트로츠키는 “어떤 수단이 올바른지 아닌지는 오직 그 목적에 달려 있다.”(195쪽)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는 몇 가지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첫째, 수단이 올바르려면 목적이 올바라야 하는데, 목적의 올바름은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노동자계급의 역사적 이해관계를 표현하는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 보면, 어떤 목적이 올바르려면 자연에 대한 인간의 통제를 강화하고 인간에 대한 인간의 지배를 폐지하는 것이어야 한다.”(195쪽)


둘째, 정당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이든 허용할 수 있는가? “우리의 대답은 진실로 인간 해방을 가져오는 것이라면 허용된다는 것이다. … 혁명적 노동자들을 결속하고, 그들의 마음을 억압에 대한 화해할 수 없는 적개심으로 채우며, 기성 도덕과 그것을 옹호하는 민주주의자들을 경멸하도록 가르치고, 노동자계급이 자신의 역사적 사명을 자각하도록 격려하며, 투쟁 속에서 용기와 자기희생 정신을 발휘하도록 북돋는 수단, 오로지 그런 수단만이 허용되고 필수적이다. 바로 여기서 모든 수단이 허용되는 건 아니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우리가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고 말할 때, 그 결론은 다음과 같다. 위대한 혁명적 목적은 노동계급의 한 부분과 다른 부분을 반목케 하거나, 대중이 스스로 참여하지 않고 안주하게 만들려 하거나, 대중의 자신감과 자기 조직에 대한 믿음을 떨어뜨리고 이를 ‘지도자’ 숭배로 대체하는 비열한 수단과 방법은 거부한다. 혁명적 윤리는 부르주아지에게 굽신거리고 노동 대중에게 오만하게 구는 태도, 즉 소부르주아 현학자와 도덕주의자에게 철저히 몸에 밴 습성을 무엇보다도 비타협적으로 거부한다.”(195-196쪽)


여기서 알 수 있듯 목적과 수단을 기계적으로 분리해서 사고해선 안 된다. “목적은 역사적 운동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수단은 유기적으로 목적에 종속된다. 당면 목적은 다음 목적의 수단이 된다.” 이것이 바로 목적과 수단의 변증법적 상호 의존이다.

 

 

노동자투쟁의 중요성
 

이 책에서는 노동자계급의 도덕을 발전시켜가는 데에서 집단적 투쟁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다룬다. 자본주의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이기주의를 노동자들은 단결투쟁 과정에서 극복해 간다.


“이런 [노동자계급의] 실천적 운동의 발전은 프랑스의 사회주의적 노동자들의 단결 과정에서 가장 분명히 찾아볼 수 있다. 더는 흡연‧식사‧음주 등이 사람들을 결속하는 수단이 아니게 된다. 단체 결성을 목표로 하는 어울림‧유대‧대화면 충분하다. 우애는 공문구가 아니라 현실이 되며, 인간의 고결함은 고단한 노동에 지친 사람들에게서 반짝이며 나와 우리 앞을 비춘다.”(마르크스의 <경제학-철학 수고>, 위 책 64쪽에서 재인용)


이런 모습은 현실에서도 계속 확인할 수 있다. 새롭게 노조를 만들고, 투쟁에 나설 때 노동자들은 자본이 강요한 이기주의와 분열을 극복하고 이타심과 단결의 빛나는 모범을 만들어낸다.


노동자투쟁이 발전할수록 노동자계급의 도덕도 더 발전한다. 이 책은 그동안 지배자들이 끊임없이 비방을 퍼부어왔던 러시아 볼셰비키가 얼마나 노동자계급의 도덕에 충실했는지도 잘 보여준다. “볼셰비키는 혁명적 상승의 시기에, 다시 말해 정말로 노동자계급의 전위이던 시절에 역사상 가장 정직한 당이었다. 물론 할 수 있는 한 계급의 적을 기만했다. 반면에 노동자에게는 진실을, 남김없이 진실을 말했으며 진실이 아닌 것은 결코 말하지 않았다. 오직 이 덕분에 볼셰비키는 세계의 어느 정당도 누리지 못한 엄청난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190쪽)


트로츠키는 “적이 세운 원칙 앞에서 굽실거리는 자는 결코 적을 물리치지 못할 것”이라며 노동자계급이 자신의 윤리로 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오늘날 더욱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와 그 중간계급 파트너들은 폭력 대신 온갖 교묘하고 세련된 논리로 노동자들에게 환상을 불어넣으며, 노동자투쟁을 억누른다. 이런 환상의 시대를 뚫고 노동자들이 자기 권리를 찾고 노동자해방을 향해 흔들림 없이 전진하려면 노동자계급의 이익과 계급투쟁의 전략‧전술이라는 맥락에서 윤리 문제를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자계급의 이익이 최고 윤리다!
 

박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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