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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이 말한 평등, 공정, 정의는 무엇인가?

 

최영익 노동자운동 연구공동체 뿌리

 

 

 

7면 기회 평등_뉴시스.jpg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기간제교사와 정규직화 결사반대 피켓을 든 예비교사들. 사진_뉴시스

 

 

 

기간제교사 정규직화, 서울교통공사 무기계약직 정규직화 등 최근 정규직화를 둘러싼 논란과정에서 “임용고시, 공채 같은 공정한 경쟁과정 없는 정규직화는 불합리하다”는 주장이 꽤 나왔다.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경쟁에 대한 미신인데, 지배자들은 이런 종류의 미신을 끊임없이 조장한다. 노동자가 착취와 억압에서 벗어나려면, 이런 미신(자본가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것이다. ‘평등’, ‘공정’, ‘정의’. 참 좋은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은 문재인 정부가 왜 자본가계급의 정부에 지나지 않는지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기회의 평등 –

철저한 불평등을 은폐하는 거짓말

 

자본주의 사회에 태어난 사람들은 평등한 기회를 누리는가? 흙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노동자의 자식은 아무리 노력해도 ‘대기업 회장’이 될 기회를 갖지 못한다. 반면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대기업 회장의 자식만이 회장직을 물려받을 기회를 갖는다.

 

물론 대기업 회장의 자식들 사이에도 경쟁이 존재한다. 누가 더 대자본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노동자들을 최대한 쥐어짜서 최고의 이윤을 만들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회장 자식들 사이에서 경쟁이 일어나곤 한다. 그리고 이 경쟁에서 회장 자식들은 누구나 평등한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그들 사이에 ‘평등한 기회’가 없더라도, 그것은 노동자들이 전혀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착취자들 사이에서 알아서 할 일이고, 애당초 노동자들에게는 그런 기회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사회가 노동자들에게 보장하는 기회란 무엇인가? 바로 자본가 착취자들에게 고용될 기회다. 이것을 자본가계급은 취업의 기회라 부른다. 이 기회를 노동자가 붙잡는 것은 물론 생존의 기회를 붙잡는 것이다. 하지만 이 기회는 ‘자본가에게 임금노예로 팔려 착취당할 기회’를 얻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회의 평등’이란 말은 허구다. 자본가들은 노동자를 착취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반면 노동자들은 자본가들에게 착취당할 기회를 얻는다. 자본가계급이 말하는 ‘기회의 평등’이란 이처럼 착취당할 기회를 모든 노동자들이 동등하게 얻는다는 말에 불과하다. 그런데 일자리 축소로 이 ‘착취당할 기회’조차도 쉽게 얻을 수 없다. 바로 이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회의 평등’의 실체다. 공장과 작업장 등의 생산수단을 자본가가 소유하는 이상, 그래서 ‘노동자는 고용되고, 자본가는 고용하는’ 관계 즉 자본-임노동관계가 존재하는 이상 그것과 다른 기회의 평등은 존재할 수 없다.

 

 

과정의 공정성 –

완전히 기울어진 운동장

 

취업의 기회를 얻는 노동자들은 이제 자본가와의 계약 과정에 들어서게 된다. 우선 선발 기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여기서 노동자들은 전혀 개입할 수 없다. 다만 자본가가 일방적으로 세운 ‘선발 기준’에 복종해야 한다. 자본가가 마련한 선발 기준은 간단하다. 어떤 노동자가 더 낮은 임금으로 더 많은 이윤을 가져다줄 수 있느냐다. 여기에는 이러한 불공정한 계약에 당장이든, 이후든 반항하지 않을 것이라는 암묵적 판단 기준이 가세한다. 심지어는 심사 과정에서 그것을 판단하는 명시적인 기준, 예컨대 적성검사나 면접이 도입되기도 한다.

 

이런 완전히 일방적인 선발 기준을 운 좋게 통과하더라도, 완전히 불공정한 계약과정이 추가로 기다리고 있다. “내가 만들어내는 가치는 이만큼이니 그에 합당한 임금을 달라”고 노동자는 요구하지 못한다. 얼마만큼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노동자는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안다고 하더라도 요구할 수 없다. 자본가는 그런 노동자에게 간단히 계약거부를 통보할 것이다. 자본가가 내미는 계약서의 핵심은 전혀 다른 것이다. “우리는 이만큼의 임금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 그 임금이 네가 이후 만들어낼 가치에 비해 얼마나 작을지, 즉 우리가 얼마나 뽑아먹을지는 네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너는 이 임금을 받아들일지만 판단하면 된다.”

 

이것은 공정한 계약인가? 형식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이 계약은 칼을 든 흉악범과 그의 요구대로 지갑을 넘겨야만 하는 선량한 시민 사이에 맺어지는 계약과 사실상 똑같은 것이다. 생산수단을 틀어쥐고 있는 자본가에게 고용되어야만 생존할 수 있는 노동자는 이런 ‘불공정한 계약’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는 이런 ‘불공정한 계약’마저 맺을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해야 한다. 그것이 비정규직처럼 ‘일시적’인 계약이 아니라, 정규직처럼 ‘상당히 오랜 기간 유지되는’ 계약이라는 점에 노동자가 오히려 안도하게 만드는 체제, 바로 이처럼 철저하게 불공정한 체제가 자본주의 체제다.

 

 

결과의 정의 –

치 떨리는 사기

 

‘불평등한 기회’, ‘불공정한 과정’을 거친, 결과는 무엇인가?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심지어 자본가들조차 말한다. 사회의 양극화! 한국을 비롯해 모든 자본주의 나라들에서 한 줌 자본가계급이 갈수록 사회의 부를 더 많이 독점하고 있다. 전 세계 소득 상위 0.5% 사람들이 전체의 35%가 넘는 부를 쥐고 있다. 반면 전 세계 소득 하위 40% 사람들은 전체의 1% 정도의 부만 누리고 있다. 2008년 이래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도 이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누구도 이런 결과가 ‘정의롭다’고 감히 말하지 못할 것이다.

 

사회의 생산수단을 자본가가 독점적으로 소유하는 ‘불평등한 기회’,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을 마음대로 착취할 수 있는 ‘불공정한 과정’은 절대 ‘정의로운 결과’로 이어질 수 없다. 놀고먹는 착취의 하얀손들이 갈수록 사회의 더 많은 부를 가져가는 반면, 이 사회의 모든 부를 생산하는 노동자는 갈수록 더 적은 부분만을 가져가는, 이 부정의한 체제는 자본주의를 철폐하지 않는 한, 절대로 없앨 수 없다.

 

기회-과정-결과로 이어지는 이 자본주의 체제의 고리는 원인과 결과의 자리를 바꾸면서 더욱 확대된다. 더 많은 부를 갖게 된 자본가들은 생산수단의 더 많은 부분을 소유하게 된다. 이것은 더 불공정한 계약을 노동자들에게 강요하는 원천이 된다. 그 결과 다시 불평등한 결과는 확대된다. 이 자본주의 악순환의 고리는 생산수단을 노동자계급의 사회적 공동 소유로 전환해내고, 노동자가 생산을 직접 통제 운영해야만 끊어낼 수 있다. 그때서야 사회적 복지재원을 제외하고, ‘일한 만큼 받는’ 공정한 과정을, 그리고 ‘부의 정의로운 분배’라는 정의로운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것을 우리는 ‘사회주의’라고 부른다.

 

 

자본가계급의 정치적 대표자, 문재인

 

문재인은 자본주의를 철폐하지 않고서도,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성’, ‘결과의 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더 정확하게는 그것들을 실현해 자본주의를 더 번성시키겠다고 말한다. 전 세계의 모든 개량주의자가 백 년 넘게 그런 주장을 반복해왔지만, 자본주의의 철의 법칙은 요지부동이다. 문재인과 마찬가지로, 그들이 번성시키고자 했던 자본주의 수레바퀴를 더 빨리 돌리면 돌릴수록, 그 결과는 불평등, 불공성성, 부정의의 확대였을 뿐이다.

 

문재인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이것뿐이다. 바로 노동자계급에게 ‘착취당할 기회를 평등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갈수록 낮은 비율로 노동자계급에게 떨어지는 부를 정규직, 비정규직을 막론하고 ‘공정하고 정의롭게’ 나눠 먹게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가난의 평등, 임금노예의 평등’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평등과 공정성, 정의에 대한 자본가계급의 관점을 위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정확히 대변하는 것이다. 문재인, 그는 자본가계급의 정치적 대표자이며, 자본주의 착취체제의 관리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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