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본문시작

공포영화가 아닌 실화, 청소년 범죄는 자본주의의 배설물

유보근

 

 

11면 청소년범죄.jpg

년 촛불투쟁 때 열정적으로 참가했던 청소년들.

 

 

연일 10대 폭력, 청소년 범죄에 대한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마치 공포영화를 상영하듯 주인공을 바꿔가며 앵커는 똑같은 대본을 읽는다. 지식인을 빙자한 패널들이 나와서 가해자를 비난하고 조롱한다. 시청자들은 가해자들에게 분노하고 피해자들에게 동정을 느끼며 그저 나의 삶과 무관한 영화 속 삶이길 기도한다.

 

 

오로지 통제, 통제, 통제

 

자본가들은 모든 범죄를 하나의 개인적 일탈로 치부한다. 대중의 관심을 ‘가해자들이 얼마나 잔혹한가. 그리고 얼마나 뻔뻔한가.’로 몰고 간다. 개인적 일탈이기 때문에 필요한 것은 오로지 통제뿐이다. “옷에서 삐죽 튀어나온 하나의 실밥은 태워버리거나 가위로 자르는 것이 상식이다. 괜히 적당히 놔두면 옷 전체를 망칠 수 있다.” 이들은 소년보호법을 마치 대단한 특권인 듯 포장한다. 법을 개정해 알맞은 처벌을 하면 이런 청소년 범죄는 금방 사라질 것처럼 말한다. SNS를 통제하고 학교라는 공간을 활용해 청소년 사이의 네트워크를 분열·단절시키면 범죄의 씨앗이 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소년범의 70% 이상이 저소득층이고, 49%가 결손가정이다.” 이들은 집·가장이 제 역할을 못해서 청소년범죄가 일어난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복지를 늘려 화목한 가정을 만들면 청소년 범죄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부분적으로는 사실이지만 이 주장도 본질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게다가 공상에 가까운 이야기다. 이들은 가족이 제대로 기능해 법과 시스템이 아닌 가족이라는 행복한 공동체가 청소년들을 통제해주기를 바란다. 여전히 청소년은 통제대상이고 그 책임이 개별가족에 떠넘겨질 뿐이다.

 

고된 노동강도와 긴 노동시간, 맞벌이에 가족끼리 얼굴 한 번 보기 힘든 현실이 사회보장이란 한 단어로 극복될 것처럼 말한다. 오히려 자본주의 사회에서 폭력이 공공연하게 허용되고,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공간이 가족이라는 울타리의 내부라는 사실에 눈을 감는다.

 

 

모순

 

“도덕을 타락시키는 영향들 한가운데서 야만적으로 자라는 아이들이 결국에는 선량하고 도덕적인 사람이 될 것을 부르주아지는 요구한다!”(엥겔스 「영국 노동계급의 저치」)

 

청소년에 대한 통제를 강조하는 이들은 같은 입으로 살인(해고/산재)을 정당화했고, 살인자를 방어했다. 단지 TV 속에 앉아있는 한둘이 아니다. 법정에서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학교에서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사회에서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지배자 전체다. 청소년들은 매일같이 지배자들의 폭력을 목격하고 있다. 이 얼마나 모순되는 세상인가!

 

진로교육시간에 ‘진로’가 무엇이냐고 물어본 한 중학교 선생님에게 돌아온 답변은 “안정적인 직업 찾기”, “공무원”, “진로교육 시간에 자꾸 직업을 찾으라고 해요. 별로 관심 없는데…”이 대부분이었다. 꿈이 없다는 한 학생에게 왜 꿈이 없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돌아온 대답은 “꿈을 가지면 이룰 수 있냐?”는 반문이었다.

 

“현존하는 사회질서를 경멸하는 마음은 극단적인 방식, 즉 법을 어기는 범행이라는 방식으로 가장 뚜렷하게 표출된다.”(엥겔스, 「영국 노동계급의 처지」)

 

 

자본주의의 오물

 

학교 내부든 외부든, 교실 안이든 밖이든 청소년 사회를 규정하는 힘은 전체 사회를 규정하는 힘과 별개로 존재하지 않는다. <청소년 학교폭력의 가해자, 피해자 및 방관자의 예측모형연구>에서 “과도기의 정체감을 확정하고자 하는 청소년이 힘, 권력에 대한 느낌을 확인하고자하는 과정에서 가해행동으로 표출된다는 것”으로 밝혔다.

 

우리는 폭력의 가해자가 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그저 재미로 그랬다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폭력과 범죄를 통해서 권력과 지배의 단맛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배 피지배로 나뉘어 있는 사회, 지배자들이 모든 것을 가져가는 사회, 오로지 지배자에게 잘 보여야만 생존이 가능한 사회, 이 사회의 민낯이 그대로 청소년 사회에 투영된 것이다.

 

청소년 범죄에선 가해자와 피해자가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피해자가 가해자로 뒤바뀌는 경우가 많다. 가해자의 상당수가 폭력에 노출돼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007~201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보면 ‘학교폭력 목격 시 대응행동’에 대한 질문에 ‘모른 척한다’는 대답이 2007년 35%에서 2010년 62%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말리거나 대응한다’는 응답은 57.2%에서 31%로 줄었다.”(한겨레) 청소년 사회 전체가 폭력을 암암리에 인정하거나 심지어 거기에 길들여지고 있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가 노동자들을 지배자들의 폭력과 범죄에 무감각해지도록 길들이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운동의 책임성

 

청소년들은 사회에서 가장 극단적인 모순상태에 놓여 있다. 미래는 정말로 암흑인데 매일매일 찬란한 희망을 강요당한다. 경쟁이라는 절벽의 벼랑 끝에서 항상 생과 사를 고민한다. 자본주의의 오물을 어떤 방어막도 없이 뒤집어쓰면서도 깨끗하고 순수한 존재로 치부된다.

 

고통은 분노로 발전한다. 분노가 극단화되면 범죄가 된다. 이들은 개별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현실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대중운동이라는 공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분노를 드러냈다. 작년 촛불투쟁 때, 2008년 촛불투쟁과 419, 518을 비롯한 모든 투쟁의 역사에서 그들은 맨 앞에 서서 싸웠다. 이것은 프랑스, 스페인, 브라질을 비롯해 모든 국가에서도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모습이다. 청소년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대중운동 속에서 우리와 함께해야 할 주체다.

 

여기에 운동의 책임성이 있다. 운동이 고립되고 후퇴할수록 자본주의의 모순은 더 강하게 저소득층의 자녀들을 노동자계급의 아들·딸들을 짓누른다. 이 모순에 맞서는 운동이 발전할 때 청소년들의 분노는 그 화살의 방향을 바로 잡을 수 있다.

 


학교라는 공간이 청소년 범죄를 예방할 능력이 없음은 이미 드러났다. 오히려 자본주의 학교교육은 이런 범죄를 대량으로 양산하는 토대를 만들어 낸다. 학교의 역할은 첫째로 교육을 판매하는 것이다. 자본가들의 입맛에 맞는 노동자들을 선별해서 길러내고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받는다. 여기서 경쟁은 필수다. 경쟁에서 뒤처지는 학생들은 무참하게 버려진다. 그리고 그들은 온갖 사회의 오물을 그대로 뒤집어 쓸 수밖에 없다.

 

둘째로 청소년을 통제하는 것이다. 청소년의 처지는 사회의 모순과 직결돼 있다. 그 분노가 집단적으로 표출됐 때는 자본가들에게 너무 위협적이다. 결국 그 분노를 통제하고 표출되더라도 개별적으로 범죄라는 형태로 표현되기를 원한다. 결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학교는 청소년 범죄를 양산하고 방관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79 문재인이 말한 평등, 공정, 정의는 무엇인가? file 노건투 2017.10.12 24
» 공포영화가 아닌 실화, 청소년 범죄는 자본주의의 배설물 file 노건투 2017.09.29 160
877 [영화평] 영화 '공범자들' 영화 안과 밖에서 권력은 어떻게 언론을 장악해갔는가 file 노건투 2017.09.20 25
876 북한 핵과 사드·전술핵 과연 무엇이 얼마나 다른가 file 노건투 2017.09.19 59
875 [투고] '세계를 뒤흔든 열흘' - 존 리드, 꿈만 같던 세상은 여기 있었다 ! file 노건투 2017.07.27 80
874 [영화평] '옥자'를 보고 육식이 불편해진다면 file 노건투 2017.07.26 104
873 모든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길은 경쟁이 아니라 연대 file 노건투 2017.07.21 80
872 신고리 5, 6호기 공사 일시중단을 신호탄으로 노동자운동이 탈핵 향한 사회적 책임성, 주도력 발휘해야 file 노건투 2017.07.20 62
871 착취의 ‘하얀 손’들은 신성한 노동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file 노건투 2017.07.20 74
870 [영화평] '런던 프라이드' 연대의 진정한 의미를 묻다 file 노건투 2017.06.29 124
869 '노동운동의 준비와 단련의 중요성' 노동자계급의 힘이란 관점에서 바라본 1987년 6월 항쟁 file 노건투 2017.06.27 64
868 사드 도입 굳히기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실체 file 노건투 2017.06.26 107
867 최저임금 1만 원, 자본의 곳간을 털어서 ! 지금 당장 ! file 노건투 2017.06.23 69
866 서평 [들꽃, 공단에 피다] 지옥 같은 현실에서 핀 들꽃이 민주노조운동에 보내는 비판과 희망 file 노건투 2017.06.10 130
865 2017 노건투 5.18 광주기행 - 청년과 노동자, 5월 광주에 가다 file 노건투 2017.05.31 100
864 잇따른 침몰 위험 화물선, 누가 멈춰 세울 수 있는가 file 노건투 2017.05.31 90
863 [인터뷰] 고공단식농성자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오수일 동지 “사탕으로 우는 애 달래주는 식으로는 안 된다. 함께 싸우자” file 노건투 2017.05.30 137
862 [투고] 구의역 사고 1주기 - 진짜 안전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투쟁과 단결로만 ! file 노건투 2017.05.30 73
861 영화평 '특별시민' 선거는 똥물이라는 점을 보여준 상업영화 file 노건투 2017.05.19 54
860 성소수자 차별 철폐에 왜 노동자가 나서야 하는가? file 노건투 2017.05.17 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