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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노건투 5.18 광주기행

청년과 노동자, 5월 광주에 가다

 

 

 

6면 광주기행.jpg

"너의 용기있는 죽음은 정녕 헛되지 않을 것이다. 엄마가"

 

 

 


5.18 광주항쟁이 일어난 뒤 37년이 흘렀다. 하지만 광주항쟁은 항쟁의 역사를 기억하고 있고 항쟁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싸우고 있는 사람들의 가슴에 살아 있다. 우리는 1박 2일의 일정으로 5.18자유공원, 옛 전남도청을 개조한 5.18민주평화기념관, 5.18민주화운동기록관, 5.18민주묘지와 망월동 구 묘역을 방문했다.

가는 곳마다 ‘광주의 정신을 계승하자’는 문구를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5월 항쟁의 역사를 계승한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가 뭘까? 해방광주의 정신은 무엇인가? 어떤 사람들은 문재인으로 정권교체를 얘기한다. 그러나 5.18의 진정한 정신은 또 다른 지배자의 선출과는 무관하다.

1980년 광주에서 노동자민중은 스스로 사회를 운영했다. 여러 자치기구가 등장했고 독재 권력에 맞서기 위해 기동대도 등장했다. 투사들은 해방광주의 정신을 살리기 위해 최후의 격전지 도청을 죽음으로 지켰다. 이 해방과 투쟁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 5월 항쟁의 역사를 계승하는 것이다. 이번 5.18 광주기행에 참가했던 노동자, 청년, 학생 동지들의 생생하고 자유로운 후기를 싣는다.


 

 

 

“교과서에서 나와 역사의 현장으로”

 

이번 광주기행을 다녀오면서 나는 많이 반성했다. 왜냐하면 그동안 역사 교과서에서 막연히 접해왔던 ‘5.18 광주’를 무심히 지나친 나 자신에게 많은 회의감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이번 기행을 다녀온 직후 한동안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어른들은 우리에게 어리다고들 말한다. 그렇다. 어리기를 강요당한다. 생각 없이 교과서를 보고 마냥 기계처럼 교과서를 외우기만 하는 우리는 한없이 어리고 철없기만 한 철부지일지 모른다. 학교에 앉아 역사교과서를 아무런 감정 없이 읊기만 한 채 뼈아픈 과거와 폐해에 대해 그저 무심한 채 살라고 교육을 받아온 것이다. 나 또한 그중 한 명이 아니었나 싶다.

 

특히 둘째 날 방문했던 국립 5.18민주묘지에서는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부조리한 사회현실에 저항하고 투쟁하며 더 나은 사회 모습을 향해 나아가던 많은 노동자 분들과 당시 내 나이 때 학생운동가 분들이 묘역에 안장돼 계셨다. 그 수많은 분들의 묘비가 한데 어우러져 푸른빛을 띠는 묘역의 고요함은 학생인 나를 한없이 작아지게 만들었다.

 

우리 10대들은 이젠 제대로 된 역사의식을 기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광주 5.18을 비롯해 많은 저항의 역사를 다시금 돌이켜 보며 한 걸음 더 성숙해지고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창원 ○○고등학교 학생

 

 

“노동자인 나에게 광주는 이렇게 다가왔습니다”

 

저는 GM 창원공장 비정규직지회에서 대의원을 하고 있는, 나름 젊은, 30대의 대한민국 노동자입니다. 저는 이번에 태어나서 광주에 처음 가보았습니다. 많은 노동자가 저처럼 시간이 안 되고, 여건이 안 돼, 일이 있어서, 바빠서 가보기가 어려웠을 겁니다. 이번 광주기행은 5.18 광주 역사를 배우는 좋은 기회가 됐습니다. 책으로 스쳐 지나가듯 배운 역사를 현장에 가서 직접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항쟁을 직접 경험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당시의 삶을 배우고 그 당시의 상황을 배우고 그 당시의 아픔까지 배웠습니다.

 

아직도 광주는 싸우고 있었습니다. 역사의 흔적을 지우려는 정부와 그 흔적을 지켜내려는 광주 시민이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뻘 되시는 분들이 전남도청, 그 피 흘리고 참혹했던 현장을 보존하기 위해 서명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서명을 한 저에게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하시는데, 울컥했습니다. 과연 나는 저분들처럼 할 수 있었을까? 나는 현장을 바꾸기 위해, 자식들이 살아갈 세상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반성하고 돌아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그래도 물러서지 않고 나아갔기 때문에 사회가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화를 위해 노력했던 열사들의 묘비 뒤편에는 각각 다른 글귀들이 적혀 있습니다. 울컥했던 글귀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중에 지금의 저에게 가장 와 닿는 글이 있었습니다.

 

“아버지! 당신과 헤어짐은 저희에게 아픔이지만 당신을 기억함은 저희에게 기쁨입니다. 당신의 자녀로 태어나 행복했습니다 – 자녀일동”

 

“너의 용기 있는 죽음은 정녕 헛되지 않을 것이다 – 엄마가”

 

저는 노조 활동을 하며 처음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러보았습니다. 이 노래를 그저 외우듯이 배운 저는 가사의 의미도 잘 몰랐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산 자여 따르라’, 가슴이 울컥하고 목이 메이더라구요. 내년에도 많은 동지들을 광주에서 보고 싶습니다.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노동자

 

 

“노동자에게 광주란 무엇인가?”

 

“광주에서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 내가 광주에 내려가면서 한 생각이었다. 학교교육을 받은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한국 민주화운동에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가지고 있는 도시로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받은 느낌은 교과서와는 달랐다. 1980년 광주뿐 아니라 많은 지역에서 노동자민중은 단순한 민주화운동을 뛰어넘으려 했다. YH 여성노동자투쟁, 부마항쟁, 학생들의 반정부 시위 등은 그동안 쌓여온 정치적 모순, 경제적 모순의 폭발이었다. 노동자민중은 두려움 없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광주의 힘은 폭발적이었다. 그리고 노동자민중의 새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혁명정신의 중심에 있었다.

 

내가 돌아본 광주에서는 혁명정신을 계승하려는 사람들과 지우려는 사람들이 대립하고 있었다. 민중항쟁의 격전지였던 전남도청 보존을 둘러싼 대립이 하나의 예다. 물론 본질적인 건 광주항쟁을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를 둘러싼 대립이다. 나는 전남도청 철거를 반대하는 단체에 서명을 하고 좌측에 있는 5.18민주평화기념관에 들어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곳에 들어가지 말았어야 했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백남준을 연상시키는 괴상한 영상 탑과 형체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인간의 형상들이 전남도청과 괴리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또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기 위해 신발을 걸어 놓은 모습 역시 광주항쟁을 제대로 형상화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예술적 승화도 필요하다. 그러나 객관적 현실을 철저히 배제한 예술적 승화는 혁명정신을 온전히 담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념관을 지나쳐 도착한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는 광주항쟁의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 기록관을 돌아봤을 때 얼마 전에 본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이 떠올랐다. 아일랜드 독립투쟁을 다룬 이 영화는 혁명기에 있었던 다양한 사건들을 현실적으로 표현한다. 그중 주인공 데미안이 혁명군을 밀고한 동네 친구를 처형한 뒤 연인 시네드에게 슬픔을 토로한 대사가 오버랩됐다. “이렇게 우리를 바쳐 싸우는 아일랜드가 그럴 가치가 있기를 바란다.” 5.18 그때 광주의 노동자민중 또한 옆에서 죽어가는 친구, 형제, 동지들을 바라보며 데미안과 같이 생각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집에 돌아와서 나는 광주가 얼마 전 마무리된 촛불항쟁과 닮은 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지배계급에 분노한 노동자민중이 자발적으로 이 사회를 바꾸기 위해 들고 일어났다. 그 안에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세력이 존재했다. 광주에서 노동자들은 끝까지 맞서 싸웠고 소부르주아 세력은 중재와 협상을 시도했다. 항쟁이 격화될수록 노동자는 더욱 격렬하게 투쟁했고, 대부분의 소부르주아들은 도시 이곳저곳으로 빠져나갔다.

 

광주항쟁이 끝난 뒤 대부분의 희생자, 피해자는 노동자였다. 광주항쟁을 계승한다고 했지만 광주항쟁을 이용하고 전두환까지 사면시켜준 세력은 바로 김대중을 비롯한 보수야당이었다. 촛불 또한 비슷했다. 박근혜에 분노한 민중이 자발적으로 촛불을 들었지만 결국 문재인을 중심으로 한 더불어민주당이 이득을 보았다. 역사는 직선적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일시적으로 퇴보하기도 하면서 또 발전한다. 광주기행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의식적으로 굴리는 주체가 노동자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기행이었다.

 

독서토론모임 ‘책다락’ 예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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