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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공단식농성자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오수일 동지

“사탕으로 우는 애 달래주는 식으로는 안 된다. 함께 싸우자”

 

 

 

7면 고공 인터뷰.jpg

오수일 동지가 27일 간의 고공단식농성을 중단하고 119 구조대에 의해 하늘 감옥에서 내려오고 있다. 

 

 

 


6명의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철폐, 비정규직 철폐, 노동3권 쟁취 요구를 걸고 4월 14일 광화문 광고탑에 올랐다.

5월 9일 문재인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청와대에 입성하던 그날 그 시간, 이 노동자들은 27일간의 광화문 고공단식농성을 중단하고 하늘감옥에서 내려왔다.

그중 한 명으로 병원에서 회복 중에 있는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오수일 동지를 만나 얘기를 들어보았다.

하루 빨리 건강을 되찾아 함께 투쟁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Q 지난 대선 기간에 공공운수노조는 민주당 후보들과 정책협약을 맺었고, 건강보험노조는 민주당 국민경선에 참여했다. 세액공제 사업을 추진하려고도 했다. 그리고 사회연대포럼 같은 세력은 문재인 캠프에 들어가서 노골적으로 선거운동을 하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동지들은 “투표를 넘어 투쟁으로”라고 구호를 외치며 고공단식농성에 돌입했다. “투표를 넘어 투쟁으로”란 어떤 의미인가?

 

A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의원대회 등에서 투쟁으로 싸우자고 몇 차례 선전전도 진행해 보았다. 그러나 대선 기간에 투쟁으로 돌파하자는 논의는 거의 되지 않고 대선 후보 주위로 관심이 쏠리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거대한 촛불이 타올랐고,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감옥에 집어넣었다. 그렇게 5월 장미대선이 열렸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노동의제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 촛불투쟁을 통해서 만들어진 대선을 이렇게 허무하게 그냥 넘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민주노총이 노동의 문제를 전 사회적인 이슈로 끄집어내서 앞장서서 싸워야 하지 않나? 투표에 연연하지 말고, 투쟁을 받아안고 같이 싸워나가자는 뜻에서 그런 구호를 걸었다. 그래야만 뭔가 바뀔 수 있고 적폐청산도 가능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냥 정권교체가 된다고 해서 노동자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니까.

 

 

Q 동지들이 내려오던 날, 문재인은 화려하게 청와대에 입성했다. 게다가 동지들이 내려오던 딱 그 시간에 광화문을 지나갔다. 심정이 어땠는가?

 

A 굉장히 착잡하고 억울하고,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이렇게 내려가서 되나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큰 투쟁을 조직하고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시키는 것에서 비록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잔잔한 물살은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물살이 더 큰 파도가 될 수 있도록 내려가서 다음 투쟁을 하자는 결정을 하고 내려오게 됐다.

 

 

Q 당선된 이후에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인천공항을 찾아가서 비정규직 1만 명 정규직화를 약속했다.

그러나 임금이 삭감되기도 하고 무기계약 또는 자회사일 뿐이라는 비판도 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민주당이 집권하던 10년 동안 정리해고,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노동자 탄압이 있었다. 그때부터 20년 동안 거기에 눌려왔다. 악법은 강화되고 노동자들의 목숨줄은 더욱 조여졌다.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니까 이 문제에 대해서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떤 식으로 하겠다는 메시지라도 줘야 한다. 그러나 그런 것조차 없었다. 질의서에 답변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기대를 하지 않았다.

 

당선 이후에 공공부문부터 잠재우기 식으로 손을 쓰고, 그것도 우리가 요구한 내용도 철저히 변형시킨 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편법을 쓴다. 어떻게 보면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것이다. 그냥 사탕으로 우는 애 달래는 식으로 해서는 기대할 바는 없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보여준 게 있기 때문에 문재인도 거기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본다.

 

 

Q 아사히는 곧 지회를 만들고 해고되어 투쟁한 지 2년이 된다. 동지들은 아사히공장 앞에서만 투쟁한 것이 아니라 구미공단의 몇 개 사업장을 찍어서 ‘노조 만들어서 함께 싸우자’고 집중적인 선전전을 진행해왔다.

보통은 자기 사업장 문제에 신경 쓰느라 그런 활동을 하기 쉽지 않은데, 동지들의 문제의식은 무엇이었는가?

 

A 처음에는 우리도 아사히만 타격하는 걸 몇 개월 동안 했었다. 그런데 회사가 좋아하는 게 그거였다. 신경을 쓰지 않아도 멀리 벗어나지 않고 앞에서 놀고 있으니까 얘네들은 신경 쓸 게 없다는 거였다.

 

우리는 계속 대문을 두드리고 있으면서 그게 자본에게 타격을 주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옆에 회사에 무슨 일이 생겨서 우리가 가서 선전전을 할 때 회사가 더 예민하게 반응했다. 시청도 그렇고, 노동부 반응도 그랬다. 그래서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아사히를 알리는 것도 훨씬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아사히만 하지 말고 우리와 같은 처지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함께 싸우자고 선전전을 했다. 그렇게 해서 지역에서 몇 군데만 노조가 생겨도 자본은 더 겁낼 것이다. 그래서 모두가 그 활동을 동의했다. 그러면서 한국옵티칼이라고 우리가 여름에 한 달 넘게 매일 아침, 오후 선전전을 했던 곳에서 노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Q 마지막으로 전국의 노동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심적으로 조금 아쉬움, 패배감 이런 기분은 들지만 또 다른 뭔가를 한번 해봐야 한다는 용기를 얻기도 했다. 함께해준 분들에게 감사한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선명하게 가르쳐 주신 것 같아서 더 용기를 내서 해보고자 한다. 함께 싸우자.

 

 

지면에 다 담아내지는 못했지만 오수일 동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싸우자고 얘기했다. 각 사업장 문제 해결을 위해 자기 사업장에만 갇히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전체의 문제를 걸고 함께 싸워야 사업장 문제도 해결의 전망이 열린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문재인 정부가 등장하고 ‘개량 없는 개량’으로 가난한 미조직, 비정규직노동자의 마음을 훔치고 있을 때 민주노총 조직노동자운동이 어떤 전망으로 뚫어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고 보인다.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의 말처럼, 함께 싸우자. 노동자계급 단결투쟁으로 전진하자.

 

인터뷰 및 정리 이청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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